
모처럼 만추를 즐기려고 가까운 산사(山寺)를 찾았다. 법당 안에 간절한 기도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진다.
아, 11월8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우리 아이들과 부모님, 그리고 선생님 모두 얼마나 가슴 졸이며 준비한 시험인가. 수많은 날을 밤새워 공부하느라 지쳤을 우리 아이들의 기혈(氣血)을 보충해 주자.
그렇다면 기혈이란 무엇일까? 우리 몸속의 에너지를 말한다.
우리 몸은 자연의 절대적 일부에 불과하다. 해가 떨어지면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나야 함이 마땅한데 어디 그렇게 살 수 있을까. 늦어도 밤 10시경에는 잠들고 아침 네다섯시가 되면 일어나야만 조혈작용이 활발해져 인체의 에너지를 충분하게 보충해 건강한 몸과 정신이 유지된다. 밤에 잠을 자지 못하면 간에 열 기운이 돌아 에너지를 과도하게 쓰게 되고 부족하면 다른 부위의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몸은 또 소진된 에너지를 축적해야 하기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밤이 깊을수록 정신이 맑아져 잠들지 못하고 낮에는 피곤해서 정신을 못 차리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것이다.
천식이나 잔기침·해소·비염·감기를 몸에 달고 사는 사람이라면 특히 자신의 생체 에너지의 양을 체크해 보자. 잠을 푹 자는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가, 몸을 차게 하지는 않았는가 등이다.
이렇듯 피곤함에 지친 수험생과 현대인에게 꼭 맞는 약초가 잔대다. 잔대는 60~140㎝ 높이의 여러해살이 약용식물이다. 버들잎 형태와 타원형 등 여러 형태의 모양을 가진 잎 4개가 돌려 붙어 있어 구별이 쉽다.
약간 휘어지는 줄기 끝에 꽃가지를 치며 한여름부터 10월 중순까지 쪽빛의 작은 봉모양의 꽃을 피운다. 양지바른 산비탈이나 낮은 산에서 잘 자라며 늦가을에 씨로 번식한다.
봄부터 자란 잎은 알싸한 맛이 나 입맛을 돋우는 쌈채소로도 좋다. 뿌리는 사포닌과 이눌린을 함유하고 있어 산삼 못지않게 우리 몸에 좋은 효과를 준다.
잔대 뿌리는 피를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이는 데 도움이 된다. 기침과 천식, 기관지염, 폐렴, 소변불리(소변량이 줄거나 잘 나오지 않거나 심지어 막혀서 전혀 나오지 않는 병증)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캔 잔대 뿌리는 생으로 쪼개 양념구이로 요리하면 밥반찬으로도 그만이다. 구기자·생강나무·오가피·찹쌀을 함께 넣어 백숙으로 푹 고아 먹어도 기혈을 보충하는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그늘이나 저온에서 잘 말렸다가 물을 넣고 끓여 수시로 마시면 폐를 보하고 기력을 충전해 준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