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장채소 수급불안 해소를 위해 수입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밝혀 산지와 유통업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올해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평년에 비해 5.8% 감소했다.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을무 재배면적은 평년 대비 15.4% 줄어 정부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그러나 작황이 매우 양호해 지나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배추는 평년에 비해 7만7,000t 적게 생산될 것으로 보이는데, 겨울배추 조기 출하물량 5만~6만t과 사전 수매비축 물량 등으로 거의 보완할 수 있다. 월동무도 1만8,000t에 달해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수입 운운한 것은 너무 성급한 측면이 있다.
최근의 높은 김장채소 가격은 물가당국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수입 가능성 발언은 가격 상승 심리 차단용으로나 활용하고 실제 수입은 단행하지 않길 바란다. 더구나 배추값은 10월 중순 이후 내림세다. 무도 오름세가 진정됐다. 9~10월 소비자물가지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대의 상승률을 보이는 등 안정세다. 이 정도 상황에서 수입을 추진한다면 무리수가 될 수밖에 없다.
수입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 2010년 가을배추 파동 때의 무관세 수입물량은 이듬해 봄배추 가격 폭락에 일조했다. 삼겹살과 마늘·고추의 무관세 수입이 관련 농축산업을 급속도로 위축시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무관세 수입은 이밖에 세수를 줄이고 그만큼 국민세금을 증가시키며 재벌기업의 혜택만 크게 늘리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수입 지상주의가 가져오는 것은 국내 농업 파탄이다. 국내 농업이 피폐화되면 소비자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어렵더라도 대체소비를 권장하고 거시적 안목에서 국내농업이 유지되도록 힘쓰는 것이 정작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