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은 생명의 모태이자 농업 생산의 원천이다. 건강한 흙에서 건강한 농산물이 나오고 이것이 다시 인간의 삶을 떠받쳐준다. 건강한 흙이 국민 건강을 담보하는 것이다.
이렇듯 중요한 것이 흙인데 현실은 안타깝다. 농약과 화학비료·양액 등에 기댄 농법으로 논밭에 과부하가 걸리고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갈수록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논밭 토양의 심각성은 세계적으로 손꼽힐 정도다. 농경지의 질산 및 인산 수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여섯번째로 높다. 세계경제포럼(WEF)이 3~4년마다 발표하는 환경지속성지수(ESI)도 우리나라는 비료부문이 비교대상 146개국 중 꼴찌에 가깝다.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사용한 화학비료가 논밭의 생명력을 이 정도로 약화시켰다면 관행농업에 대한 반성이 불가피하다. 지역별·작물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비료와 유기질 및 부산물비료 공급을 확대해 화학비료를 점차 대체하고 농약 사용을 줄여 토양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한번 손상된 토양은 원상 복구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므로 지금부터 노력을 배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생명력을 잃은 흙은 더 이상 흙이라고 할 수 없다. 유기물을 수탈당한 흙은 모래알과 다름없다. 농작물과 가축의 건강성은 결코 생태계의 건강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좋은 토양이 우수한 작물을 키우고 이들 농작물이 가축과 인간의 건강을 촉진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조상들은 ‘꼭두새벽 풀 한짐이 가을 나락 한섬’이랄 정도로 땅심 돋우기에 힘썼다. 그 정신을 되살려 흙 살리기에 모두가 동참할 때다. 마침 9일은 13번째 ‘흙의 날’이다. 흙의 날을 계기로 우수 농산물 생산을 위한 흙 살리기의 중요성을 새김질하자. 고품질 농산물과 소득으로 보답하도록 좋은 농토를 가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