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쌀 생산 감소와 정부 쌀 재고 축소로 국산쌀 가공식품산업의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쌀 가공식품산업 육성과 수입밀 수요의 쌀 대체 등을 위해 정부양곡 중에 생산된 지 4~5년이 지난 묵은쌀을 가공식품업계에 싼값으로 공급해 왔으나 최근 3년 연속 쌀 생산량이 줄면서 밥쌀용 수급이 빠듯해지자 2013양곡연도를 끝으로 가공용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산쌀을 이용해 제품차별화에 주력해 온 가공식품업체들은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2013양곡연도 국내산(2008년산) 가공용쌀 저가공급용으로, 쌀가루용 5만t과 일반가공용 3만t(조청·쌀엿용 3,600t 포함) 등 모두 8만t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2012양곡연도 가공용쌀 저가공급량 13만t에 비해 5만t이 줄어든 것으로, 정부는 일반가공용의 경우 내년을 끝으로 공급을 중단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정부가 가공용 저가공급에 이용하려는 묵은쌀은 2008년산으로, 10월 말 기준 재고량이 18만t가량 된다. 하지만 내년에 밥쌀용 수급상황이 예상보다 악화될 수도 있다고 보고 이에 대비해 가공식품업체에 대한 저가공급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국산 가공용 저가쌀로 가공식품을 제조해온 업체들은 제품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 관계자는 “국산 저가공급 쌀은 1㎏에 355원으로 가공용 수입쌀 공급가격(1㎏당 75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국산쌀 가공업체들의 수요가 많았고 시장도 급격히 확대되는 추세를 보여왔는데 앞으로 공급이 중단되면 결국 수입쌀로 수요가 몰려 기존 수요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최근 3~4년간 꾸준히 성장해 온 국산쌀 가공식품산업이 급격히 퇴조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도 이런 파장을 우려해 시장안정을 위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국산 원료곡을 이용한다는 점을 제품 경쟁력으로 내세워 온 가공식품업체들로서는 내년에 국산 저가공급량 축소 후 공급중단시 생산과 판매에 혼선을 빚을 수 있어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단기적으로는 내년 밥쌀용 수급상황을 살펴 2008년산 정부양곡 중 가공용 저가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초다수성 가공용벼 계약재배 면적을 늘려 국산쌀 가공식품산업의 안정적인 원료수급을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가공식품업계와 농가간 가공용벼 계약재배 면적을 올해 2,700㏊에서 내년에 1만㏊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가공용벼 계약재배 참여 업체와 농가간 인식차가 커 정부의 목표대로 면적이 확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농식품부는 당초 올해 가공용벼 계약재배 면적을 5,000㏊까지 늘릴 계획이었지만 실제 계약면적은 2,700㏊에 그쳤다. 이는 초다수성 품종의 수량이 기대에 못 미치고 정부보조금(1㏊ 220만원)을 고려해도 일반계 벼 품종과 소득차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공용벼 계약재배가 활성화돼 가공용쌀 공급이 안정되면 국산쌀 가공식품산업 성장으로 이어져 농가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내년에 계약재배 실적을 미곡종합처리장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계약재배 활성화 방안을 검토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