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도매시장에선 경매제와 마찬가지로 정가·수의매매가 거래원칙으로 허용됐다. 사진은 가락시장에서 배추·무 경매를 하고 있는 모습.
◆정가·수의매매 확대 허용=우리나라 농산물 도매시장은 1991년 7월 상장경매제 도입, 1998년 전자경매 시행 등을 통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갖춘 경매제 중심의 도매시장 구조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의 성장 등 새로운 농산물 유통환경은 도매시장에 또 다른 변화를 요구했다. 균일한 품질(정품)의 농산물을 일정한 시간(정시)에 정해진 가격(정가)으로 안정적으로 공급(정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일의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급변하는 경매제로는 이 같은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웠고, 이에 따라 친환경농산물 등에 부분적으로 허용됐던 정가·수의매매를 전면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정가·수의매매는 출하자가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 값을 스스로 제시하거나, 경매사(도매법인)의 중개 아래 중도매인과 흥정을 통해 값을 결정하는 거래방식이다. 따라서 공간이나 시간적 제한이 적고, 또 당일 시장 반입물량에 가격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농산물 거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올핸 ‘걸음마’ 단계, 점진적 활성화 기대=시장에선 정가·수의매매가 장기적으로 경매제의 단점을 보완해 주면서 도매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산지 및 소비지에 대한 정보를 갖고 출하자와 중도매인 사이에서 거래를 조정할 역량 있는 경매사의 충원·육성 등 선결 과제가 적지 않다. 또 정가·수의매매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 기존 경매제와 중복되지 않는 분산처 발굴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여기에 일부 중도매인들이 정가·수의매매를 반대하면서, 당장 어떤 성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나마 올해 일부 도매법인들이 일본 도매시장에 직원을 파견해 정가·수의매매를 배워 오도록 하거나, 내부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대책을 마련하고, 또 실제 대형 유통업체와 거래를 타진하는 등 정가·수의매매 활용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은 성과로 평가됐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이후에는 정가·수의매매에 대한 관심과 활용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물류체계 개선 등 논란=가락시장의 재건축 추진 방향과 관련해 올해 2·3단계 공사에 대한 윤곽이 발표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락시장 재건축은 약 10년에 걸쳐 1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국내 농산물 유통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대형 공사다. 따라서 재건축 후에도 가락시장이 현재의 농산물 거래방식을 고수할지, 아니면 일각에서 제기한 시장도매인제 등으로 전환할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일단은 연구용역을 맡은 곳에서 재건축 이후에도 가락시장이 기존 경매 방식을 유지하되, 언제든 시장도매인제로 전환할 수 있게 가변형 시설을 갖추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서울시의회가 12월 시조례 개정을 통해 재건축 2단계 완료시점에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또 한번 논란이 일었고, 이 논란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한편 가락시장을 운영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올해 무·배추 등 상차거래 품목의 하차거래를 시도하고 또 하역체계와 관련한 개선을 모색하면서 개선의 효과와 시기, 시행방법 등을 두고 유통주체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