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공공비축미 21만1000t을 방출키로 한 가운데 전남 ㄱ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관계자가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톤백 위에 올라가 벼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20㎏들이 쌀 한포대에 최소한 4만5000원은 받아야 손해를 안 보는데 4만2000~4만3000원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공공비축미가 풀리면 납품가격이 더 내려갈 텐데 걱정입니다.”
정부가 쌀시장 안정을 위해 2009년산 10만t, 2011년산 5만t, 2012년산 산물벼 6만1000t 등 모두 21만1000t의 공공비축미를 방출한다는 소식을 접한 충남북·전남북·경남북 지역 쌀가공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속이 탄다.
자체 매입한 벼의 도정수율이 70%에도 못 미치는 데다 품질까지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비축미가 시중에 나오면 지난해처럼 쌀값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정부가 연초에 2009년산 20만8000t을 시중에 방출한 결과 한포대당 4만1000~4만2000원 하던 대부분 지역의 쌀 납품값이 4월부터 4만원 이하로 떨어져 수확기까지 지속됐다. 이 때문에 쌀 가공유통업체들은 적자경영에 시달려야 했다.
전북지역의 한 통합미곡종합처리장(RPC) 대표는 “지난해 4억원 이상 적자를 봤다”며 “단경기도 아닌 시점에 또다시 비축물량을 방출하면 얼마나 많은 적자가 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통합RPC 장장도 “지난해산 벼 3만t을 매입했으나 시장가격이 낮아 지금까지 4000여t만 가공해 팔았다”며 “올해도 경영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지역의 한 RPC 대표는 “산지 벼가 대부분 농가 손을 떠나고 소비지에서도 ‘연고미’ 등의 효과가 끝나는 1월 말부터 쌀값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며 “공공비축미를 풀어 인위적으로 쌀값을 내리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산지업체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쌀 가공유통업체들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업체들은 예년의 사례에서 보듯 일부 민간유통 업자들이 정부가 방출한 묵은쌀과 햅쌀을 일정 비율로 섞어 헐값에 부정 유통시킬 경우 국산쌀 이미지가 크게 실추돼 고품질 쌀의 판로가 막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충북 ㄱ농협 RPC 관계자는 “지난해 초 묵은쌀이 시중에 풀리면서 쌀시장이 큰 혼란을 겪었다”고 밝혔고, 전남 ㄴ농협 RPC 관계자는 “만에 하나 올해도 햅쌀과 묵은쌀을 혼합한 값싼 쌀이 유통되면 대형식당 등 요식업소에서는 수입쌀을 선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곡유통전문가들은 “정부는 공공비축미를 방출하더라도 쌀시장 상황을 봐가며 방출량과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묵은쌀을 햅쌀로 둔갑시켜 생산연도를 허위 표시하는 등의 부정유통 행위를 철저히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출처 :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