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됨에 따라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이 크게 늘었지만 FTA 피해보전직불금 지급 가능성은 쇠고기 등 극히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보전직불금 지급기준 가운데 ‘가격 하락’ 부분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피해보전직불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품목별로 ▲FTA 미체결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로부터의 해당연도(2012년 3월15일~12월31일) 총수입량이 과거 5개년 평균보다 많고 ▲FTA 체결 당사국으로부터의 수입량이 과거 5개년 평균보다 많아야 하며 ▲수입 품목과 직접적인 대체관계에 있는 국내산 품목의 가격이 과거 5개년 평균의 90% 미만으로 하락해야 한다.
과일의 경우 모든 품목이 수입물량 기준은 충족시켰지만, 가격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관세가 50%에서 30%(3~8월 계절관세)로 낮아진 오렌지는 지난해 수입량이 과거 5개년에 비해 52.7%(물량 기준) 증가했다. 체리는 143.1%, 딸기는 141.7%, 레몬은 82.1%, 포도는 40.6% 늘었다.
문제는 가격이다. 지난해 상반기 과일가격은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됐다. 2011년 수확기에 일조량이 적고 비가 잦아 2012년 출하량이 크게 감소한 탓이다. 과거 5개년 평균 대비 감귤 12.4%, 사과 83.8%, 딸기 17.2%, 참외 16%, 방울토마토 23.9% 등 상당수 과일의 값이 올랐다. FTA 피해보전직불금 지급기준에 미치지 못해 피해보전직불금 지급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반해 쇠고기는 피해보전직불금 지급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피해보전직불금 지급을 위한 모든 조건이 충족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물량은 과거 5개년 평균 대비 9.2% 증가했고, 한우가격(600㎏ 기준)은 10.5% 하락했다. 다만 한우가격 하락은 국내생산 증가와 소비부진의 영향도 있기 때문에 피해보전직불금이 지급되더라도 액수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농업계에서는 피해보전직불금 지급기준을 농축산물 수입 증가로 인한 간접피해를 감안해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미국산 오렌지 관세인하는 감귤가격을 10.4% 하락시키는 동시에 참외·딸기·방울토마토 가격도 3~4% 낮추는 역할을 했다. 결국 국내산 과일가격이 더 오를 수 있었지만 수입 증가로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간접피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쇠고기 수입 증가로 한우가격이 하락하면 송아지가격도 하락해 번식농가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피해보전직불금 대상에 번식농가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FTA 이행지원센터 관계자는 “현재 피해조사 분석이 진행중이며 지급대상 및 지급액 등 구체적인 방안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