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량 조리개 사용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관리·감독 강화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끄럼강도가 기준치에 미달함에도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불량 조리개.
지난 3~4일 중부지방에 내린 폭설로 많은 비닐하우스가 또 무너졌다.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원예특작 시설의 피해복구액은 연평균 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중 비닐하우스가 70~7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간 복구비용이 2100억~2250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상이변이 잦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그 피해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내재해형 비닐하우스 보급 확대는 시설원예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불량 조리개 사용여부 ‘깜깜’=내재해형 비닐하우스에 불량 조리개 사용이 활개를 치는 이유는 뭘까. 누구도 규격품인지, 비규격품인지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나 농업인 모두 시공업체가 설계도와 시방서에 따라 하우스를 지었는지 꼼꼼히 살펴보지 못한다.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든 데다 조리개의 미끄럼강도 등을 현장에서 측정하기 어려운 기술적 한계가 있어서다.
지난해 내재해형 단동 비닐하우스 7동을 설치한 경기의 ㅇ씨(60)는 “어떤 자재를 사용한다는 견적서만 봤다. 당연히 그대로 썼을 것으로 여기고 확인해 볼 생각도 안 했다. 실제로 우리가 정확하게 설치했는지 조사하기도 어렵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더욱이 내재해형 조리개의 사후관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체가 공인인증기관으로부터 발급받은 조리개 시험성적서와 설계도 등을 농식품부에 제출해 내재해형으로 인정받은 이후에는 생산·유통되는 제품의 품질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 전무한 실정이다.
한 시설원예 전문가는 “내재해형 조리개의 사후 검증시스템은 없고 하우스에 피해가 발생하면 규격자재 설치 여부만 확인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실제 설치과정에서 불량 조리개를 사용해도 드러날 개연성이 낮기 때문에 이 같은 부정행위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농림사업시행지침에 따르면 첨단온실신축지원사업(2020년)과 시설원예품질개선사업(2017년)을 통해 비닐하우스 신축지원은 계속 확대된다. 올해 예산만 모두 3400억원(지방비와 자부담 포함)이 잡혀 있다.
규격조리개 생산업체 관계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세금을 낭비하는 일 없이 튼튼한 비닐하우스를 세우도록 지금부터라도 두눈을 부릅떠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리·감독 강화방안 없나=불량 조리개 사용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건설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건설용 자재 공급원 승인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제도는 시공자가 선정한 공사용 자재를 공사에 사용하기 전에 품질 및 규격이 시방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로, 부실공사 예방과 우수한 품질의 자재 생산·납품을 유도할 목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시공자가 자재반입 15일 전까지 감독자에게 공급원 승인을 신청하면 감독자(지자체)가 품질기준에 이상이 없는지를 검토·확인해 사용을 승인하는 방식이다.
온실자재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산업분야에서는 이 제도가 오래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만큼 비닐하우스 설치공사에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불량자재를 사용하다 적발된 비닐하우스 시공업체의 창호면허를 취소하거나 일정 기간 자격을 정지시키는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리개의 불편한 진실’(본지 2월6일자 보도)를 읽은 한 농업인은 “적어도 내재해형 하우스가 폭설 등으로 피해를 입을 때는 정확한 붕괴 원인을 분석한 뒤 시비를 따져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우스 설치 과정에서 불법 조리개 등 불량 자재가 사용되는지 등을 수시로 확인하도록 지자체 담당공무원과 농업인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단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출처 :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