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시장 동향이 최근 농산물 유통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수입양파를 국내에 들여와도 국내산 양파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일부 상인들이 국내산은 물론 수입 양파까지 틀어쥐고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양파값 고공행진=18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국산 양파는 상품 1㎏이 2042원에 거래됐다. 이달 초 1500원 안팎에서 계속 올라 15일 이후 2000원대를 웃돌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보다 4배 이상, 최근 5년내 가장 비쌌던 2009년과 비교해도 500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양파 작황이 부진해 산지 재고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월 초 기준으로 2012년산 양파 재고량은 12만7000t으로, 지난해 같은 때의 18만7000t보다 32%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정부는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조기 공급 등을 추진했지만 별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TRQ 물량을 포함한 신선양파 수입량은 올 1월의 경우 8905t으로, 지난해 1월 144t은 물론 평년 1월 330t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늘었지만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 상반기 중 2013년도 양파 TRQ 물량 2만645t 외에 추가로 수입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미한 상태다.
◆일부선 담합 의혹 제기=수입양파 공급에도 불구하고 양파 수급 불안이 지속되면서 시장에선 일부 상인들의 TRQ 물량에 대한 담합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국산 양파를 보유한 일부 업체가 수입권까지 확보한 뒤, 수입물량을 시장에 풀지 않고 물량을 조절하면서 양파 가격을 오르게 해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TRQ 물량을 수입관리 하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올해분 TRQ 물량 2만645t 중 3500t은 국영무역으로 수입하고, 나머지 1만7145t에 대해서는 1월 3차에 걸쳐 수입권 공매를 실시했다. 이때 40여개 업체(중복 선정 포함)가 수입권 공매업자로 결정됐다.
시장에선 이 중 자금력이 있는 특정업체 2~3곳이 제3자의 명의를 빌려 전체의 절반가량인 8000여t의 공매권을 무더기로 따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시장관계자들은 그 근거로 통상 ㎏당 50원을 넘지 않았던 공매권 구입가격(정부에 내는 일종의 세금)이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300원에 육박한 점과 예전의 사례와 비교해 2월 초면 시장에 풀렸어야 할 수입양파가 아직도 시장에 유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와 관련, aT 관계자는 “만약몇몇 업자가 규정 이상의 물량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싹쓸이한 정황이 포착되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햇양파 가격에 영향은=시장에선 일부 업자들이 수입양파를 독과점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르면 3월 말부터 시장에 나올 햇양파 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TRQ 물량 조기공급에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면 TRQ 증량에 나서고, 여기에 민간에서도 수입에 가세한다면 3월 이후 국내 양파시장에 큰 혼선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수입양파를 쥐고 있는 업자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국산 저장양파를 모두 처분하고 수입양파를 시장에 쏟아내는 시점에, 국내 양파값은 단기간에 급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양파 주산지농협의 한 관계자는 “수입업자들이 일반관세(135%)보다 낮은 관세(50%)로 들여와 저장하고 있다가 햇양파 수확기 이후에 풀 경우 국내산과 가격 경합이 돼 동반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