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화훼농협이 운영하는 플라워마트를 찾은 어린이가 꽃향기를 맡고 있다. 사진=김병진 기자 fotokim@nongmin.com
으레 봄은 더디 오는가.
새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막차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서성거린다.
낯선 도시에 홀로 내팽개쳐져
까치발을 딛고 서서 언제 올지 모를
막차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켜켜이 쌓인 먼지만큼
세월에 찌든 때를 훈장 삼은 버스터미널 대합실
꺼져가는 연탄 난로 위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온기를 내뿜는
찌그러진 물주전자
딱딱한 나무의자에 반쯤 엉덩이 걸치고 앉은
낙오된 이방인
저 홀로 훌쩍 떠난 입춘행 열차를 추억한다.
오분전
손끝에 잡힐 듯 졸음에 잡힐 듯
봄으로 가는
시계추는 왜 이리 더디 흐르는지
봄은 향기로
진도 봄동 배추에서
오동도 동백꽃에서
통영 도다리쑥국에서
남해 시금치에서
어느 한적한 바닷가 수줍게 핀 홍매화에서
바람에 실려 실려 바다를 넘고 산을 타고 강을 건넌다.
어느새 꽃시장은
봄꽃들의 향연이 한창이다.
새콤한 노오란 프리지어
향긋한 자주색 튤립
수선화, 장미, 바이올렛
봄은 꽃향기로 무르익는다.
저 남녘 봄 오는 소리 들릴락 말락
도심 꽃시장은 꽃향기 취할락 깰락
그렇게 꽃향기 피어오른
꽃시장은 활짝 핀 봄.
출처 :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