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규원 하양농협 조합장(가운데)과 정동환 한국종합종묘 대표(왼쪽)가 판매를 위해 포장에 가식해 놓은 복숭아나무 묘목 등을 살펴보고 있다.
봄을 맞아 전국의 산지 묘목시장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2월 말 문을 연 경북 경산시 하양읍 경산묘목시장은 아직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곧 닥칠 대목을 준비하는 손길로 분주했다.
4일 오후 찾은 경산묘목시장의 묘목농원들은 사과를 비롯해 복숭아와 자두·포도·감·대추·매실나무 등 농가로부터 출하된 묘목들을 포장에 가식(假植)하거나 저온저장고에 입고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경산묘목시장은 400여 묘목생산 농가와 100여 묘목유통 상인들이 모여 연간 400억~500억원 정도의 묘목 거래가 이루어지는 국내 최대의 묘목시장으로 전국 과실나무 묘목 유통의 7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정동환 한국종합종묘 대표는 “올해 사과 등 과실나무 수요는 지난해와 비슷한데 묘목 공급량이 크게 줄어 인기 수종을 중심으로 묘목 가격이 지난해보다 30~40% 가까이 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년생 접목 사과묘목은 한그루당 8000원 선 안팎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 올랐다. 감나무와 대추나무 묘목 역시 한그루당 5000원을 호가해 지난해에 비해 40% 정도 뛰었다. 매실과 복숭아나무 묘목 역시 한그루에 4000~5000원 선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30% 오른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 과실나무를 중심으로 묘목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묘목 생산농가가 갈수록 고령화되면서 생산면적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지난겨울 혹한으로 중부 이북 지방의 묘목들이 언 피해를 입어 올해 묘목 공급량이 지난해 대비 35~40% 정도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로 인해 상인들은 키 낮은 과수원용 사과묘목 등 일부 인기 품목은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을 정도의 품귀현상마저 빚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장규원 하양농협 조합장은 “묘목생산 농가들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데다 인건비는 남자 한사람당 하루 9만~10만원, 접목비도 한그루당 100원 가까이 뛰는 등 치솟는 생산비를 감당하지 못해 묘목농사를 접는 농가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를 방치한다면 과수산업의 근간인 묘목산업부터 크게 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충북지역의 묘목값도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묘목 생산농가와 유통업자들에 따르면 시장에서 주로 거래되는 접목 1년생 묘목들이 겨울철 언 피해를 많이 입어 생육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묘목시장 출하량이 크게 감소했다.
충북 옥천 이원묘목시장에서 복숭아·포도 묘목은 지난해에 비해 20%가량 오른 접목 1년생 기준 평균 5000~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감·밤·매실 등 일부 묘목의 경우 겨울철 언 피해를 심하게 입어 공급물량이 전년에 비해 무려 40~50%나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묘목값은 지난해에 비해 배 이상 올랐다.
이중호 옥천 이원농협 조합장은 “겨울철 이상 한파로 묘목의 언 피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묘목 공급량 부족사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수종을 교체하거나 갱신하려는 농가에서는 묘목시장에서 유실수를 구입할 때 언 피해 여부를 꼼꼼히 살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묘목값은 앞으로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