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밤 9시 무렵 대형 산불이 발생한 울산 울주군 언양읍과 상북면 일대가 이튿날인 10일까지 불길과 연기로 뒤덮여 있다. 사진제공=산림청 산림항공본부
“봄철 논·밭두렁 태우지 마세요.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봄철로 접어들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대형 산불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산불의 주원인 중 하나가 영농철을 앞두고 논두렁 및 밭두렁의 소각작업으로 지적돼 농가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산림청에 따르면 9~10일 전국에서 등산객과 일반인들의 부주의로 28건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경북 포항 54가구, 울산 울주 23가구 등 주택 77동이 불타 150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1명이 숨졌다. 이밖에 충남·전북·광주 등에서도 산불이 잇따라 이틀 동안 모두 90여㏊의 산림이 불에 탄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산불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긴 이하우씨(53·울주군 언양읍 평리)는 “산불로 집과 단감나무·밤나무 수백그루가 타버렸고,소 1마리, 염소 30마리 등이 죽었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서남년씨(66·언양읍 송대리)도 “30개월짜리 손자를 안고 부리나케 빠져나와 목숨은 건졌지만 집이 10분 만에 폭삭 내려앉아버려 숟가락 한개도 건지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9일에는 전북 남원시 아영면에서 노부부가 밭두렁을 정리하고 잡풀을 소각하던 중 산불로 번져 부부 모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앞서 6일과 3일에도 전주시 호성동과 정읍시 고부면에서 각각 논·밭두렁을 태우다 불씨가 인근 야산으로 번져 노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전북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논·밭두렁과 농촌지역 쓰레기 및 농산물 폐기물을 태우다 발생한 산불이 봄철 산불 원인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마을 단위로 쓰레기 및 농산물 폐기물을 소각하는 등 봄철 화재예방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논·밭두렁을 태우는 것은 농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북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논·밭두렁 태우기는 각종 병해충의 천적을 없애 오히려 병해충이 확산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만큼 소각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10일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경북 포항과 울산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지역에 응급복구 등에 필요한 20억원의 특별교부세를 지원했다. 또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 지방세 면제 및 징수유예 등 지원기준을 시·도에 통보했다.
출처 :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