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면서 잎담배 농가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담뱃값이 오르면 흡연율이 떨어짐에 따라 담배 제조업체인 KT&G(케이티앤지)의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국내산 잎담배 수매량을 줄이고 수입을 늘릴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담뱃값을 10% 올리면 흡연율은 3.65% 떨어진다. 이번 법안은 담뱃값을 무려 80%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계산으로 흡연율이 30%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담뱃값 인상을 반대는 하지만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사회 전반에 금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과거처럼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도 농가들의 고민이다.
이상철 중부엽연초생산협동조합 조합장은 “잎담배 농가들은 1㏊당 2000만원가량을 기계·시설 등에 투자한 상태이기 때문에 수매량이 줄어들면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KT&G는 기본적으로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농가들의 생각이다. 2004년 12월에도 담뱃값이 500원 오르자 다음해 재배농가와 면적 감소율이 2001년 이후 연평균 감소율(농가 15.3%, 면적 13.8%)을 상회하는 23.3%, 19.5%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엽연초생산협동조합중앙회는 “담뱃값 인상이 추진되면서 잎담배 농가들의 생존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며 “담뱃값 인상에 앞서 농가 보호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회가 요구하는 농가 보호 방안은 우선 엽연초생산안정화기금 및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통한 지원 확대다. 엽연초생산안정화기금은 2002~2007년 담배 한갑당 15원씩(10원에서 인상)을 떼어 조성한 것으로 현재 4100억원 규모다. 이 기금의 이자로 농가에 비료 같은 농자재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연간 220억원 수준이던 지원 규모가 현재 약 100억원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다.
신강호 중앙회 사업부장은 “2007년 이후 중단된 기금 조성을 추가로 실시해 잎담배 농가의 복합영농과 대체영농 등에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잎담배 가공사업 진출도 원하고 있다. 생산자단체가 원료 잎담배를 직접 가공해 KT&G는 물론 국내에 진출한 외국 담배회사에도 판매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담배 제품에 잎담배의 원산지를 표시하는 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KT&G의 경우 국내산 잎담배 사용 비율이 국내 시판담배의 경우 40%에 불과한 것으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출처 :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