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처음으로 ‘FTA 피해보전직불제(이하 FTA 직불제)’가 발동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지난해 3월15일) 한·미 FTA 발효에 따른 영향으로 (국내산 쇠고기 가격이 떨어지면서) 소와 송아지가 FTA 직불제 발동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재 구체적인 숫자를 검증하는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29일 ‘FTA 이행에 따른 농업인 등 지원위원회’를 열어 지원 대상 품목을 심의·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산하 ‘FTA 이행에 따른 농업인 등 지원센터’는 한·미 FTA에 따른 농축산물 수입량 및 국내산 가격 변화를 분석해 농식품부에 제출했다. 농경연은 65개 품목의 2012년 3월15일~12월31일 수입량과 가격을 과거 5개년과 비교했고, 이 가운데 한우와 한우송아지가 직불제 발동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던 송아지는 ‘한우가격이 떨어지면 번식농가들도 피해를 본다’는 의견이 반영되면서 한우와 별개 품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 장관이 언급한 소와 송아지는 모두 한우를 의미한다”며 “지난해 육우 가격은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FTA 직불제가 발동되려면 ①전체 수입량이 평년치(직전 5개년 중 최대·최저치를 뺀 3개년 평균)보다 많고 ②FTA 상대국으로부터의 수입량이 평년치에 수입피해발동계수(미국산 쇠고기는 1.1)를 곱한 양보다 많아야 하며 ③국내산 가격이 평년치의 90% 밑으로 떨어져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격이 폭락한 돼지는 세가지 조건 가운데 수입량 조건(①·②)에 부합했지만, 가격 조건(③)을 충족하지 못했다. 2011년 구제역 사태로 지난해 상반기 가격이 괜찮았기 때문이다. 농경연 관계자는 “돼지가격이 현 추세를 유지한다면 내년에는 FTA 직불제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일 역시 대부분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았다. 지난해 미국산 오렌지는 관세가 50%에서 30%로 인하되면서 수입량이 평년보다 50% 이상 늘었지만, 대체품목인 국내산 감귤 가격은 다소 올랐다. 2011년 흉년으로 2012년 상반기 출하량이 평년에 견줘 30%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FTA가 감귤농가의 소득을 떨어뜨렸지만, 제도의 허점 때문에 농가들이 변변한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한국농업경제학회에 따르면 미국산 오렌지 관세 인하는 국내산 감귤 가격을 10.9% 끌어내렸다. 또 소비 시기가 비슷한 딸기와 방울토마토 가격도 각각 4%와 3.3% 떨어뜨렸다.
문한필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FTA가 진전될수록 동일 품목간에 발생하는 직접적인 소비대체 효과 외에도 국내 농산물 시장 전반에 미치는 간접적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소비대체 품목도 피해보전을 받을 수 있도록 FTA 직불제를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