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재씨가 자신이 직접 개발한 볍씨 발아장치를 보여주며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3만3000㎡ 규모의 벼농사를 짓고 있는 이성재씨(63·안성시 일죽면 가리)는 자신이 직접 개발한 ‘볍씨 발아장치’로 비용절감은 물론 과학적인 벼농사를 실천하고 있다.
이씨가 개발한 발아장치는 비교적 단순하다. 볍씨와 물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용기의 밑바닥에 15㎝가량 높이의 공간을 두고, 용기의 가운데에는 지름 25㎝가량의 유공관을 세운다. 그리고 물과 볍씨를 넣고 24~30시간 동안 물의 온도를 30℃로 맞춰 볍씨의 싹을 틔운다. 이 과정에서 물을 데우는 데 필요한 가열기와 물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순환시켜 줄 양수기만 설치하면 된다.
이씨는 “30℃의 물에 24~30시간 동안 담가 놓으면 싹이 튼다”며 “이후 하우스 안으로 옮겨 부직포 위에서 싹이 튼 볍씨의 물기를 모두 뺀 다음 바로 모판에 뿌려 주면 끝”이라고 했다.
이렇게 하면 기존 8~10일가량 침종하던 시간을 불과 2일로 줄일 수 있다. 또 모든 과정을 역산하면 모판에 파종하는 일정을 조절할 수 있어 과학영농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 즉 모판 파종일을 기준으로 대략 48시간 전부터 온도를 맞춰 주면 된다.
또 싹 틔울 볍씨의 양도 맘대로 조절할 수 있다. 이씨는 최고 200㎏의 볍씨를 동시에 발아시키고 있다. 그는 “발아장치는 발아율이 100%에 가깝다”며 “또 대부분의 장비들이 집에서 사용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 처음 이씨의 볍씨 발아장치 기술을 이전받아 활용하고 있는 최상구씨(71)는 “집에 있는 장비들을 이용해 이씨가 가르쳐준 대로 했는데, 발아기간도 단축될 뿐만 아니라 발아율도 높아 정말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처음엔 온도와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해 2~3차례 실패를 했지만 그 후엔 10년간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며 “다른 농가들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노하우를 알려 줄 수 있다”고 했다. ☎010-9627-45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