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진흥청이 기상청의 ‘기후변화 신(新)시나리오(RCP 8.5 기반)’와 농진청의 농업용 상세 전자기후도를 이용해 분석한 ‘과수재배 적지 변동 예측’에 따르면 사과는 평균기온 8~11℃와 생육기(4~11월) 온도 15~18℃를 충족하는 재배 가능 지역이 현재 4만6020㎢에서 2020년엔 4만9609㎢로 소폭 늘지만 2050년에는 1만3206㎢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배도 평균기온 11~15℃와 생육기 온도 19~21℃를 충족하는 재배 적지는 현재 5만4190㎢에서 2020년에는 강원 일부를 제외한 7만4705㎢로 증가하지만, 2050년에는 4만5947㎢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포도(평균기온 10~15℃·생육기 온도 20~25℃)는 현재 2만7240㎢에서 2020년 3만7634㎢, 2050년엔 5만2969㎢까지 재배적지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복숭아 재배적지도 현재 3만6799㎢에서 2020년 4만8262㎢, 2050년엔 5만214㎢로 완만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단감 재배적지 역시 현재 1만4342㎢에서 2020년 1만7978㎢, 2050년엔 1만8185㎢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제주 지역 감귤의 개화시기도 점점 빨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진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가 최근 농업용 상세 전자기후도를 이용해 최근 10년(2004~2013년) 동안 제주 감귤의 꽃 피는 시기를 분석한 결과 평균 5월14일(5월7~23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1970년대의 5월16일(5월10~26일)과 비교해 2일 빠른 것이다.
이 같은 개화시기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빨라져 2030년대에는 5월10일(5월7~17일), 2050년대에는 5월7일(5월2~15일)로 각각 6일과 9일 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현재대로 지속되면 2090년에는 이들 과수의 재배 적지는 전 국토의 10%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과의 경우 1%대로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재배가 불가능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과수 재배적지가 급감하는 것은 기후변화로 평균 기온이 크게 오르며 생육기 온도와 적산온도·일조시간·강수량 등 기상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감귤 등 과수의 꽃 피는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은 재배적지 변화의 전조로 볼 수 있다”며 “당장은 없던 병해충 발생에 대비하고 영농일정 조정 등으로 대응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후 조건에 맞는 품종 개발 노력과 함께 기후변화를 줄이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신(新)시나리오(RCP 8.5 기반)’=기상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예측으로 현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2050년 남한의 평균 기온은 1971~2000년보다 3.2℃ 오르고 여름이 5개월 이상 이어지는 등 내륙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로 바뀔 것이란 전망. 2099년에는 현재보다 평균기온 6.0℃, 강수량 20.4%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평균기온이 1.8℃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향후 기후변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의미다. ‘RCP 8.5 기반’은 온실가스 저감 없이 현재 추세대로 배출되는 것을 가정한 예측.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