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시드니 유통업체 노턴의 존 둠보스 매니저(왼쪽)가 쌀 코너에 진열된 다양한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품질과 포장조건 등이 요구기준을 충족하면 한국산 기능성쌀 등을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쌀 수출량은 3800t이었다. 이 가운데 48%인 1824t이 호주로 수출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시드니무역관에 따르면 호주 인구 2300만명 중 중국 등 아시아계가 20% 정도를 차지하는 데다 호주인이 스시(초밥)를 자주 먹으면서 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물 부족과 흉년에 따른 호주 내 쌀 생산량 감소, 원전사태로 인한 안전성 문제와 비싼 가격으로 일본쌀 기피, 건강식으로 쌀에 대한 관심증가 등이 국내산 쌀 수출의 호조건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쌀 경쟁력 높아=호주 시드니 중심가에서 동북쪽으로 7㎞ 떨어진 채스우드는 부자동네로 손꼽힌다. 한국 교포를 비롯해 호주ㆍ중국ㆍ일본인 등 다민족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서 15년째 ‘거복식품’ 마트를 운영중인 장경완 사장(50)은 “1주일에 보통 4ㆍ10ㆍ20㎏ 쌀을 40∼50포대 판다. 한국인이 30%이고 나머지는 타 민족 사람들이 사간다”며 “한국쌀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고 전했다.
호주에서 한국쌀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가격 대비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일본쌀은 10㎏에 65달러(약 7만1000원)로 비싼 데 비해 한국쌀은 20㎏에 58달러(약 6만4000원)이고 밥맛도 비슷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현지에 유통되는 한국쌀은 강진군농협공동사업법인 <간척지 도암쌀>, 동서천농협 <서래야>, 서산 대산농협 <뜸부기쌀>, 동송농협 <철원 오대쌀>, 하동 금남농협 <하옹촌米(미)> 등이다. 쌀 수입업체인 코즈라인 이강수 대표는 “각 농협에서 일정한 품질의 쌀을 공급해 주기 때문에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졌다”며 “미국쌀은 밖에 내놔도 되는데 한국쌀은 쥐가 가져가서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운송비를 절감한 것도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쌀 도정비율 조절과 수분관리, 훈증처리를 통해 상온상태로 해상운송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장원석 이사장은 “기존에 냉장 유통할 때는 컨테이너당 150달러가 들어갔지만 이 기술이 상용화돼 120달러로 낮출 수 있었다”며 “호주 수출용 쌀과 파프리카에 처음 적용했다”고 말했다.
◆현지 시장개척이 관건=호주산 쌀 브랜드인
또 시드니 중심가에 위치한 유통업체 노턴(NORTON)의 쌀 코너에는 미국ㆍ태국ㆍ이탈리아 등 10여개국의 쌀 제품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대부분 500ㆍ750ㆍ1000g 단위로 소포장된 유기농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존 둠보스 매니저는 “쌀 코너가 몇년 사이에 10배 이상 커질 정도로 쌀 판매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호주 쌀 시장이 점차 확대되는 만큼 한국도 수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 수입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례로 한식을 세계화한다고 하는데 그 중심이 밥이다. 한국쌀을 많이 알리는 게 필수적”이라며 “쌀이 남아돌 때만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수출전문단지를 중심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한 품질 수준을 유지하면서 가격은 3∼4달러 정도 더 낮추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홍보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강수 대표는 “품질ㆍ가격은 어느 정도 접근했지만 시장 개척은 개인이나 업체 차원에서 진행하기에 벅차다”며 “현지인을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홍보)을 정부차원에서 지원해 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실용화재단 김진헌 선임연구원은 “올해 호주 국민들에게 한국의 쌀과 가공식품 등을 홍보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 위해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트라 시드니무역관 황중하 관장은 “국내 농축수산물 수출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만큼 행사계획이 확정되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