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운하 장수풍뎅이연구회장(맨 왼쪽)이 농가들과 함께 학습용으로 판매될 장수풍뎅이 유충을 들어 보이고 있다(왼쪽 사진). 김종희씨는 귀뚜라미 증·번식 및 대량 사육기술을 정립해 연 1억8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곤충자원이 21세기 새로운 성장산업의 하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수풍뎅이 유충을 농외소득원으로 적극 활용하는 농가들, 파충류 먹잇감인 귀뚜라미를 사육하는 농가 등이 화제다. 곤충을 농가소득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현장을 소개한다.
◆충북 영동군 학산면 도덕리 표고버섯 농가=충북 영동군 학산면 도덕리의 40여 표고버섯 농가들은 요즘 장수풍뎅이 유충을 출하용 병에 담느라 바쁘다.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난 뒤 버려지는 폐목을 활용해 장수풍뎅이를 사육하면서 농외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 올해는 30만마리의 유충을 생산해 2억원가량의 소득을 기대하고 있다. 표고버섯 주산지인 이곳 마을에서 농가들이 장수풍뎅이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20여년 전. 방치된 표고버섯 폐목을 처리하다 장수풍뎅이가 서식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뒤 이때부터 농외 소득용으로 본격 사육했다.
영동군에 따르면 이곳 장수풍뎅이 유충은 전국 공급물량의 60%를 차지한다. 여운하 장수풍뎅이연구회장(72)은 “장수풍뎅이 사육은 일손이 많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농촌 고령자들의 농외 소득용으로 적합하다”며 “하지만 혐오식품 이미지가 강해 산업화를 위해서는 기능성 식품과 규격화된 한약재로 인정받아야 하고, 특히 정부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애완동물 먹잇감으로 곤충사육하는 김종희씨=곤충 사육으로 연간 억대 소득을 올리는 김종희씨(56·경기 화성)는 “곤충농업은 다양한 제약으로 1차산업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 2차·3차산업으로 발전시킬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곤충산업은 대부분 체험·학습용 또는 천적과 화분매개곤충 사육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애완용 파충류나 양서류의 먹잇감으로 사용되는 귀뚜라미와 슈퍼밀웜을 사육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김씨와 귀뚜라미의 인연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히 언론을 통해 귀뚜라미를 사육해 수출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1000만원을 주고 귀뚜라미 10통을 구입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사기분양이었던 셈. 하지만 김씨는 이왕 시작한 것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해 귀뚜라미 번식과 증식에 도전했다. 그는 현재 264㎡ 규모에서 연간 500만마리의 귀뚜라미와 200만마리의 슈퍼밀웜을 생산해 전국 3000여곳의 애완동물숍 등에 판매하며 연 1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씨는 “중국이나 뉴질랜드 등에선 고급 단백질 공급원으로 귀뚜라미 섭취를 권하고 있고, 사료용이나 식용으로 손색이 없는데도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로 가공·판매할 수 없어 문제”라며 “각종 규제를 개선해 주면 귀뚜라미 사육은 농업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