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부터 양파와 배추는 가격안정대가 설정돼 가격수준에 따라 수급안정대책이 마련된다.
◆가격안정대, 가락시장 상품 평균 경락가격이 기준=가격안정대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 범위를 말한다. 가격이 이 범위에서 움직이면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이를 벗어나 ‘주의-경계-심각’ 단계에 들어가면 단계에 따라 정책을 추진한다. 올해 배추·양파에 적용하고 내년에는 무·고추·마늘로 확대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배추는 최근 5개년(양파는 최근 3개년)간 가락시장 상품 평균 경락가격이 가격안정대 중앙 가격이다. 이 가격은 매년 월별로 산출되는데 올해 11월의 경우 3508원(10㎏)이다. 이 가격에 해당 월 표준편차를 더한 가격(4842원) 수준(주의 단계)까지는 정부가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고 가격을 시장의 기능에 맡긴다.
하지만 가격이 계속 올라 경계(6177원), 심각(8846원) 단계에 들어서면 정부는 비축 및 계약 물량을 공급하거나 관세 인하 등의 조치를 통해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계획이다. 반대로 가격이 낮아지면 가공용 공급 확대, 과잉물량 시장격리, 소비·수출 확대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1월 기준으로 배추 한포기 가격이 3000원 이상으로 올라가면 관세 인하를 통한 수입 물량 확대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산물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수입 확대로 물가를 잡던 기존의 정책은 가격안정대 설정을 통해 다소나마 개선될 전망이다. 이천일 농식품부 유통정책관은 “가격안정대를 운용하면 해당 농산물의 수입 횟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격이 하락했을 때 농가로부터 수매를 확대하기 위한 관련 예산 확대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해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정가·수의매매 대폭 확대=정가·수의매매는 2012년 8월 농안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지만 아직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도매법인 입장에서는 경매만으로도 수수료 수입 등으로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어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등 위험부담을 떠안고 굳이 정가·수의매매를 확대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가격 급등락이 연례적으로 발생하면서 정부는 이를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가·수의매매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정가·수의매매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경매와 달리 가격이나 상대를 정하고 거래하는 방식으로 비율은 2012년 8.9%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를 20%(2016년)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정가·수의매매에 참여하는 도매법인이나 중도매인에게 7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출하선도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정가·수의매매 물량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자 내년 9월까지 산지·도매시장간 예약거래 및 출하정보 제공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여인홍 농식품부 차관은 “정가·수의매매 활성화의 주된 목적은 농산물의 가격 등락폭을 줄이는 것이다”며 “농업인에게는 안정적인 가격을 보장해 주고, 산지유통인과의 경쟁 확대로 농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낮아져 소비자에게도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11월부터 도매법인은 정가·수의매매를 전제로 농산물을 직접 구매·판매하는 매수집하까지 할 수 있으며, 농산물의 가공·저장·물류 등 겸영사업 범위도 확대된다. 도매시장법인이 대형유통업체 등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정가·수의매매 실적은 도매시장 평가에도 반영된다.
◆계약재배 및 비축 대상 농산물 확대=정부의 이번 대책에는 계약재배 및 비축 대상 농산물의 확대도 포함돼 있다. 근본적인 수급 관리를 위해서다. 현재 비축 대상 국내산 농산물은 고추·마늘·배추다. 정부는 여기에 양파와 무를 추가해 국내산 농산물 비축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주로 단기적으로 수급 불안을 보이는 품목들이다. 특히 물량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성출하기가 아닌 재배 초기 단계에서 사전계약 방식으로 전환해 산지 가격의 상승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노후화된 비축기지의 보관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비축기지의 현대화·광역화도 함께 추진하며, 수급 불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무·배추 산지에 대규모 출하조절시설도 설치하기로 했다. 출하조절시설이란 수확기에 일정량을 저장한 후 수급 상황에 따라 출하하는 것을 말한다. 또 비축 농산물 방출 대상을 도매시장·대형유통업체에서 전통시장까지 확대한다.
계약재배 물량은 2012년 12%에서 2017년 30%까지 확대된다. 계약재배 농가에 대해서는 가격 폭락 때에도 최저가격을 보장해 주는 장치가 마련된다. 보장되는 최저가격도 현실화된다. 현재는 2005~2009년 평균 경영비 또는 직접 생산비 수준으로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다만 최저가격 보장 수준 현실화와 함께 농업인도 계약을 성실히 이행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든다. 예를 들어 출하물량이 계약물량의 2배일 때 지원금을 절반만 지급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농협 등을 통한 계열화 확대=농협 등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유통계열화도 확대된다. 조합공동사업법인을 산지유통 핵심조직으로 육성하고 산지와 소비지를 직접 연결하는 권역별 도매물류센터를 올해 경기 안성 1곳을 시작으로, 내년에 영남권(밀양) 1곳, 2015년에 호남·강원·제주권 등 3곳에 설립한다.
축산물은 농협중앙회가 도축·가공·판매를 전담하는 협동조합 패커를 통한 직거래형 유통구조를 확립할 계획이다.
직거래 활성화를 위해서 2014년 ‘(가칭)농산물 직거래 활성화 법률’을 제정하는 등 다각적인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특히 직거래 매장 전용 체크카드를 출시해 직매장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구상이다. 또 대형유통업체가 매장 내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을 확대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