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제 개편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주최로 27일 열린 ‘쌀 직불제 합리적 운용방안’ 토론회에서는 “쌀농가에 도움이 되도록 현행 직불제의 보장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정부 재정이 쌀 한품목에 쏠린 현상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새 목표가격 17만4083원, ‘더 올려야’ VS ‘적당하다’=정부는 2013~2017년산 쌀에 적용될 목표가격을 80㎏ 한가마당 종전보다 4000원 인상된 17만4083원으로 산출해 29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17만4083원은 현행 법률에 따라 기존 목표가격 17만83원에 과거 10년간 쌀값 변화율을 적용해 산출한 금액이다.
심재규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한정된 예산을 쌀에 쏟아부으면 품목간 형평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농업계 전체적으로 보면, 목표가격 인상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다만 쌀농가들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논에 동계작물을 재배하면 가산직불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농가 소득을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동규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은 “목표가격을 올리면 벼 재배면적이 증가하면서 쌀값이 하락, 정부 재정지출 확대(직불금 증가)란 작용이 뒤따를 것”이라며 정부 편을 들었다. 그는 “목표가격을 2만원 인상하면 재정지출이 70%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물가상승률이나 쌀 생산비 증가분을 반영해 목표가격을 산정할 것을 요구했다. 쌀전업농인 박정재씨(전남 함평)는 “벼농사로 수익을 내려면 규모화·기계화가 필수적”이라며 “임대료와 농작업비가 크게 올라 목표가격을 20만원으로 인상하지 않으면 농가들이 버티기 어렵다”고 했다.
사현준 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정부가 제시한 목표가격 아래에서 고정직불금을 100만원으로 올린다면 산지 쌀값이 80㎏ 한가마에 11만원대로 떨어져야 감축대상 보조금인 AMS(농업보조총액) 한도 문제가 발생한다”며 “목표가격을 올리더라도 AMS 문제는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목표가격이 인상되더라도 벼 재배면적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쌀 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 명칭에 맞게 목표가격을 올려 쌀농가 소득 보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타=이날 토론회에서는 현행 쌀 직불제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데 참석자들의 공감대가 이뤄졌다. 다만 세부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이태호 서울대 교수는 “쌀 직불금이 면적에 비례해 지급되다 보니 영세농에게는 직불금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상위 10% 농가의 경작면적은 전체의 55%에 이른다. 전체 직불금의 절반 이상이 10%의 농가에 지급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사현준 사무총장은 “쌀 직불제가 농촌 복지정책은 아니다”며 “쌀산업을 이끄는 전업농의 경영안정을 위해서는 면적에 비례해서 지급하는 방식이 맞다”고 했다.
고정직불금 인상을 놓고도 찬반 의견이 맞섰다. 심재규 과장은 “고정형과 변동형으로 나뉜 직불금 가운데 생산유발 효과가 없는 고정직불금을 당초 계획보다 2년 앞선 2015년까지 100만원(1㏊ 기준) 올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박동규 선임연구위원은 “변동직불금 비중을 줄이거나 없애는 대신 고정직불금을 인상하면 쌀값이 폭락할 때 정부가 나설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며 “고정직불금 단가를 수시로 바꾸면 자칫 허용보조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정직불금을 올리면 농지가격이나 임대료까지 올라 규모화 정책의 후퇴를 불러올 수 있다”며 “고정형과 변동형 모두 쌀 생산과 연계되지 않도록 제도 전체를 다시 설계하자”고 제안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