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훈씨(왼쪽)가 김지하 NH농협은행 농업금융부 과장에게 자신이 키운 ‘백다다기’ 오이를 보여주며 농업금융컨설팅을 받고 있다.
그러나 부부가 쉬는 날 없이 사시사철 일하는데도 빚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더웠다 추웠다를 반복한 올해 봄 날씨 탓에 오이값은 더 떨어졌다. 김씨는 평소 거래하는 남상주농협의 박세진 농산물유통센터 소장에게 농업금융컨설팅을 신청했고 김지하 NH농협은행 농업금융부 과장이 현장을 찾았다.
◆하우스 튼튼하게 짓느라 빚지고 기름값이 많이 들어=김씨의 부채는 2억여원이다. 원인은 2001년 폭설 탓이 크다. 비닐하우스가 다 무너졌고 내재해 설계기준에 맞추지 않고 지었기 때문에 보상은 거의 받지 못했다. 폭설 이후 내재해 설계기준에 맞춰 하우스를 튼튼하게 다시 짓느라 자재값만 3.3㎡당 15만원가량 들어가는 등 총 4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 매해 수익이 나면 조금씩 갚는다고 갚았지만, 세 자녀가 대학에 다니고 여기저기 돈 들어갈 곳이 많아 상환이 다소 늦어졌다.
김 과장은 이에 대해 “김씨가 주변에서 신망이 두터운 ‘천생 농사꾼’이고 7300㎡ 규모의 하우스를 운영하는 것을 감안하면 2억원의 빚은 큰 문제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오이 15㎏들이 한상자 가격을 2만2000원으로 계산했을 때 김씨의 연간 오이 매출액은 2억여원으로 추정되는 데다 빚을 완전히 갚아버리면 ‘채무 상환’이라는 목표가 없어져 농사에 열의가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심각한 문제는 원가분석에서 드러났다. 경영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81.2%로 너무 높았다. 전국 평균은 46.9%, 경북 평균은 46.5%다.
김씨 농장은 경영비 중에서 유류비의 비중이 높았다. 면세유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연간 5000만원 가까이 기름값을 낸다고 했다. 김 과장은 하우스 높이가 일반 오이농가의 하우스보다 높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하고, 상주시농업기술센터 담당자와 상의해 지열냉난방시설·공기열냉난방시설·목재펠릿난방기 등 농어업 에너지 이용 효율화 사업 신청을 검토할 것을 권했다.
◆판로 다양화하고 공동선별 참여해 경영비 아껴야=김씨는 정성껏 키운 오이를 인근의 한 영농조합법인에 전량 판매한다. 그런데 컨설팅 결과 오이의 판매 수수료는 매출액의 10.5%로 전국 평균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과장은 “전국 평균인 8% 수준으로만 낮춰도 연간 500만원의 경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서는 직거래 방안을 강구하든지 판로를 다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김씨 농장은 공동선별에 참여하지 않고 따로 서너명의 일용직 인부를 쓰고 있는데, 인건비가 하루에 1인당 6만원씩 나간다. 컨설팅 결과 공동선별에 참여하면 연간 600만원 이상의 경영비를 아낄 수 있다고 분석됐다. 김 과장은 또 “김씨 농장은 9월에 입식해 이듬해 6월까지 수확하는데 그 사이의 7~8월은 일해봤자 노동력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고 인건비와 병원비만 더 나간다”면서 “차라리 이때 다음 농사를 준비하며 푹 쉴 것”을 권했다.
컨설팅을 마칠 무렵, 김씨가 농업경영회생자금을 신청하는 게 어떨지 김 과장에게 물었다. 김 과장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지금 대출금 2억원의 평균 이자율이 3.4%인데요. 회생자금을 신청하면 빚을 갚아야 하는 시한은 조금 늘릴 수 있을지 몰라도 실질적인 효과는 별로 없습니다. 그보다 개인적인 이유로 알게 모르게 ‘새는 돈’을 철저히 관리하셔야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농장경영장부로 체계적인 경영기록을 하시길 바랍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