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렬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잠사양봉소재과장
벌은 꽃에서 꿀을 제공받는 대신 식물의 꽃가루 수분을 돕는다. 사람과 동물의 식량과 과실 등 먹거리 확보에 꿀벌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꿀은 단당류인 포도당과 과당을 주성분으로 각종 무기질과 효소를 함유해 별도의 소화과정이 필요 없는 자연식품이다. 유아·노약자·회복기환자가 단기간에 영양을 보충하는 데도 효험이 있다.
우리나라의 꿀 소비량은 1인당 연간 300g으로 유럽·미국 등 선진국의 10~30%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꿀을 아주 귀한 음식으로 여겨 다양한 요리 재료로 사용할 때 지나치게 절약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는 설탕 원료를 전량 수입한다. 설탕은 사탕수수 추출액을 정제·가공한 식품으로 칼슘을 소진시켜 뼈를 약하게 하고 면역체계를 위협해 성인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청소년들의 비만·정신산만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가야 할 삼백(三白)식품의 하나로 꼽히는 이유이다. 반면 꿀은 설탕보다 단맛이 강하면서 체내 칼슘 부족을 유발하지도 않고 영양소는 풍부하다.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꿀벌의 밀도가 줄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얼마 전 미국 꿀벌이 2006~2007년 25~40% 급감한 이래 올봄에도 또다시 30% 정도 줄었다고 보도했다. 꿀벌이 줄며 꽃가루 수분도 감소해 식량위기가 닥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도 꿀벌이 줄어드는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3종의 사용을 한시적으로 제한했다.
우리나라도 2000년을 이어온 토종 꿀벌이 악성 바이러스에 의해 2009년 38만통(통당 2만~5만마리)에서 지난해 4만5000통으로 급감했다. 꿀 소비도 줄어 현재 4500t의 꿀이 농협에 재고로 쌓여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줄어드는 토종 꿀벌의 보존을 위해 종 증식사업을 연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청과 4개 구청, 민간협동조합에서 공공건물 옥상과 공원에서 꿀벌을 키우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꿀벌을 지키고 건강을 더하기 위해 커피와 차에 설탕 대신 꿀을 넣고, 꿀로 과실즙을 담그고, 김치와 불고기 양념에 꿀을 넣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