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4년간 농림예산 5조2000억원을 삭감해 국정과제 이행에 투입하겠다는 재정당국의 방침에 농업계가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가톨릭농민회를 비롯한 8개 농민단체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약가계부의 조달방안이 농림예산 삭감으로 전가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상식 가농 회장은 “부자증세와 같은 예산조달 방법이 빠진 채 사회적 약자인 농민에게 지원되는 예산을 줄이겠다는 발상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재정당국이 밝힌 삭감 방안에 이의를 제기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전국농업기술자협회·축산관련단체협의회·한국낙농육우협회·대한양계협회도 각기 성명서를 내고 농림예산 축소 방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김준봉 한농연 회장은 “지금은 농업·농촌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체계적인 농업 투융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농림예산을 삭감하면 농업 투자가 위축되면서 농가경제의 급격한 쇠퇴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림예산 삭감 불똥은 국회로 옮겨붙으면서 6월 임시국회의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8명은 11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공약가계부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새정부가 출범 100일 만에 내놓은 공약가계부를 통해 농림예산 증액은커녕 대폭적인 감축을 시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국회 농해수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록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은 “올 1·4분기 농업분야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4% 뒷걸음친 상황에서 정부가 예산 감축까지 하겠다는 것은 농업을 벼랑 끝에 내몰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며 “새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약속한 대로 ▲농민 소득 증대 ▲농촌 복지 증진 ▲농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농림 예산 축소가 아닌 확대에 힘써달라”고 했다.
앞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농해수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농림축산식품부간 당정협의에서 여당의원들도 공약가계부를 위한 농림예산 삭감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농림예산 삭감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약가계부는 새정부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재원 조달 방안을 잠정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4년간 세출절감을 통해 마련하기로 한 5조2000억원이나 농업 분야에 새로 투입되는 예산 모두 유동적이지만 전체적으로 상호 균형을 이루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융자사업의 이차보전 전환, 유사사업 통폐합, 부진한 사업 정리 등을 고려하면 농민에게 실질적으로 지원되는 부분은 크게 줄지 않는다”며 “특히 FTA 대책 예산은 그대로 지켜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