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제 목표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대규모 농가의 직불금 편중 문제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현행 직불제는 면적에 비례해 직불금이 지급되는 구조로, 경지가 넓은 대농에게 유리하게 설계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주최로 17일 국회에서 열린 ‘쌀 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에서 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쌀 목표가격 인상 혜택이 대농에게만 돌아간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면적 기준을 그대로 유지한 채) 목표가격을 올리면 농지 규모에 따른 계층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 차관은 “2010년 기준 변동직불금은 상위 10% 농가가 평균 415만원을 받았지만, 하위 50%는 31만원에 그쳤다”며 “한정된 농업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는 쌀 직불금이 대농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학자들은 농식품부 입장에 손을 들어준 반면 농민단체 관계자들은 “쌀 선도농가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이태호 서울대 교수는 “면적을 기준으로 하위 50% 농가가 받는 직불금은 전체의 5%에 불과해 직불금 분배가 역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면적당 배분 방식을 다른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직불금 지급기준 개선 방안으로 대규모 농가의 지급 단가를 낮추는 대신 영세농가의 단가를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직불금 수령규모에 따라 감액률을 높이는 제도를 도입했다. 예컨대 애초 직불금이 15만유로 아래면 전액을 지급하되, 15만유로 이상~20만유로 미만은 20%를 감액해 지급하는 식이다.
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쌀 직불금이 면적에 비례해 지급되다 보니 ‘직불금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영세농가들의 불만이 크다”며 “물론 (현재의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상반된 의견도 있는 만큼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고 했다.
반면 사현준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정부의 규모화 정책을 충실히 따른 농가들에게 직불금 지급을 제한하려는 것은 전업농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대농과 소농을 대립관계로 보는 시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 총장은 “대농에게 불리한 지급기준이 설정되면 농지쪼개기와 같은 편법만 양산하게 된다”며 “직불금 편중 논란은 2008년 마무리된 사안”이라고 했다.
2008년 쌀 직불제 부정수급 파동 이후 정부는 직불금 수령액 최대 농지 규모를 농업인은 30㏊, 영농조합과 농업회사 같은 법인은 50㏊로 제한했다.
손재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직불금 감액 누적제를 도입한 유럽연합은 농가당 직불금 규모가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며 “쌀산업을 이끄는 전업농의 경영안정을 위해서는 당분간 현재의 방식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