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권 충청대 교수가 철도 선로 바닥재로 쓰였던 폐침석으로 논둑을 만드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허권 충청대 교수(57)는 고향인 충북 음성군 생극면과 충주에서 20여년간 벼농사를 지어온 농업인이다. 하지만 허 교수는 본인의 논에는 잘 나가지 않는 게으른(?) 농사꾼이다. 그 이유는 친환경농업에서 벼농사의 반이라 할 수 있는 논둑의 제초작업을 따로 할 필요가 없어서다.
허 교수의 논은 다소 독특하다. 논둑이 모두 폐침석과 콘크리트로 조성돼 있는 것. 허 교수는 “친환경농법에서 논 안은 오리나 우렁이 등이 제초작업을 해 주지만 논둑은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면서 “철도 선로 바닥재로 사용되다 수명을 다해 철거된 침석 등을 논둑으로 활용하면 제초제를 쓸 필요가 없어 친환경 농사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장마철 논둑이 미끄러워져 생기는 낙상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며 폐침석 논둑의 또 다른 장점까지 소개했다.
대학에서 화학공업 분야를 가르치는 허 교수가 콘크리트(폐침석) 논둑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10여년 전 여름 일본의 농촌을 방문하게 된 그는 한창 논둑 제초작업으로 바빠야 할 시기에 일본의 농업인들이 빈둥빈둥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관련 자료를 살펴본 결과 일본의 논둑은 대부분 콘크리트로 조성돼 있어서 따로 제초작업을 하지 않아도 됐던 것.
허 교수는 ‘이거다’ 싶어 귀국 후 수년간의 연구 끝에 콘크리트 논둑을 개발해 특허를 낸 뒤 직접 자신의 논에 실험을 하고 있다. 초기에는 콘크리트 논둑을 만들었지만, 제작 및 설치 비용 문제 등으로 몇년 전부터는 폐침석으로 대체하고 있는 중이다.
허 교수에 따르면 250㎝짜리 콘크리트 논둑 한개의 설치비용이 자재비와 인건비 등을 합쳐 6만~7만원 소요되는 반면, 폐침석은 한개당 2만~3만원 선이면 충분하다. 폐기처분되거나 재활용되고 있는 폐침석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협조로 한개에 500~3000원이면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허 교수는 “왕우렁이를 이용해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에 해마다 논둑에 난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친환경농업단지나 친환경농업을 권장하는 지자체나 생산자단체에서 폐침석을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폐침석이 영농자재로 인정받으면 활용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허 교수는 “농협이나 생산자단체 등에서 코레일과 업무협약을 맺게 되면 농업인들은 매우 저렴한 값에 폐침석을 가져다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폐침석 논둑 조성 기술을 전국으로 전파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010-3466-5151.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