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지원 단계적 축소 예고=정부는 연간 30조원에 육박하는 각종 국세감면액을 줄여 올해 1000억원을 시작으로 2014년 1조8000억원, 2015년 4조8000억원, 2016년과 2017년 5조7000억원 등 모두 18조원을 마련해 공약가계부 이행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제도는 원칙적으로 종료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정부는 일몰시한이 설정돼 있지만 매번 관행적으로 조세감면이 연장됨에 따라 제도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며 일몰이 도래하면 반드시 폐지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2017년까지 세입확충 계획도 차질 없이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 비과세·감면의 신설·폐지 방안을 7월부터 부처 합동특별팀(TF) 논의를 거쳐 확정하고 공약가계부 이행 기준 범위 내에서 정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농업분야에 주던 조세지원 혜택도 단계적인 축소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농업분야 조세지원 정비대상은=농림수산분야의 비과세·감면에 따른 조세감면 규모는 2012년 기준으로 5조2094억원, 전체 조세감면액 18조3405억원의 28.4%에 달한다. 국세감면액(29조7000억원) 기준으로 보면 17.6%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 농업분야에 적용되는 조세 감면제도는 모두 53개 항목이다. 이 가운데 31개 항목은 감면시한이 도래하면 제도를 폐지하는 일몰제 형태이며 나머지는 시한이 정해지지 않은 계속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 가운데 23개 항목을 비과세·감면 정비 대상으로 선정했다<표 참조>. ▲농어업용 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 ▲농어업용 석유류에 대한 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교통세·교육세·주행세 면제 ▲8년 이상 자경농지 양도 시 양도소득세 면제 ▲조합 3000만원 이하 예탁금 이자 비과세 ▲농어업용 기자재 부가가치세 사후환급 ▲조합원 배당소득 비과세 등 농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굵직한 제도들이 대부분 이번 정비 대상에 올라 있다.
농업분야 정비대상 23개 항목의 2012년 조세감면액은 추정 가능한 항목만 따져도 4조2390억원에 달한다. 이는 농림수산분야 전체 감면액의 8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중 일부만 폐지돼도 농촌경제는 크게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자유무역협정(FTA) 대책 조세감면도 도마에=더 큰 문제는 재정당국이 예고한 농업분야 비과세·감면 정비 대상에 한·미 FTA 추가 보완대책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2012년 1월 한·미 FTA에 따른 피해 보전과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추가 보완대책으로 10년간 재정 24조1000억원과 세제 29조8000억원 등 모두 54조원을 투자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정부는 일몰시한 도래 때마다 논란이 돼 온 면세유 공급과 농자재 부가세 영세율 적용에 대해 원칙적으로 10년간 유지하되 3년 내외 단위로 연장하는 대책(28조8000억원 규모)을 법령에 명시했다.
또 면세유 공급대상 추가와 축산 비과세 공제두수 범위 확대 등도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약속을 뒤집고 불과 1년여 만에 다시 제도를 손보겠다며 팔을 걷고 나섰다. 물론 정비 대상이라도 폐지가 전제된 것이 아니며 검토결과에 따라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FTA 대책을 정비대상으로 들고 나온 것만으로도 정부 스스로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규 조세감면 요구 원천차단?=문제는 또 있다. 재정당국은 부처별 조세감면 정비대상을 통보하면서 신규 감면제도 도입 건의를 엄격하게 심사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감면 대상은 축소하고 신규 감면은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농업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신규 조세감면 도입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 당장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개편작업에 불똥이 튈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중앙회의 신용·경제분리에 따른 사업 이관을 위해 필요한 조세특례 조항으로 ‘이관 사업에 대한 적격 물적분할 요건 충족 등 면세 적용’을 비롯한 8개 신규 조세감면 사항 건의를 준비중이다.
만일 신규감면 추진이 무산돼 조세특례를 적용받지 못하면 농협중앙회는 연간 최소 1700억원 이상의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사업구조개편작업 전반에 심각한 과부하가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