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혁 노은농협 조합장(오른쪽)이 관내 복숭아농가 민봉기씨와 함께 언피해로 말라 죽어가고 있는 복숭아 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지속된 겨울 한파와 올봄 이상저온으로 복숭아의 언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달해 충북지역 상당수 농가들이 농사를 접어야 할 지경이다. 하지만 농가 피해대책보다는 올여름 과일값 상승을 우려하는 일부 언론의 섣부른 기사들이 속속 등장해 언피해로 생긴 농심의 상처를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실제 최근 일부 방송과 신문에서는 언피해를 본 과일 주산지 소식을 전하면서 올여름 생산량 급감에 따른 과일값 인상을 들먹이며 소비자들의 ‘얇아질 지갑’ 걱정을 쏟아냈다.
충북 충주에서 15년째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김종천씨(66·노은면 문성리)는 이 같은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에 울화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10만장 가까이 봉지를 씌웠는데 올해는 고작 7000~8000장밖에 못했다”며 “충주 지역 복숭아 농가 10명 중 4명은 나처럼 과원이 초토화됐 다”고 말했다.
올해 수확작업이 끝나는 대로 복숭아 나무를 모두 베어버리고 사과 나무로 대체할 계획이라는 김씨는 “농가는 죽게 생겼는데, 피해대책보다는 과일값 걱정이나 하고 있으니 분통이 터지지 않겠습니까. 기자들이 현장을 나와 보고 농심을 제대로 접했더라면 이런 소리는 절대 못할 겁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의 경우 영동·음성·충주 등 복숭아 주산지의 피해규모가 1000㏊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충주의 복숭아 주산지인 노은·앙성면만 하더라도 몇년간 계속된 겨울철 한파와 이번 봄 이상저온으로 언피해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자체 조사결과 이 지역 전체 복숭아나무의 30~40%에서 고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복숭아의 언피해 상황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자 농가와 생산자단체들은 언론 보도의 신중함과 정부의 특단의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복숭아 농가 민봉기씨(53·노은면 신효리)는 “과일은 한번 소비가 위축되면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농가는 언피해가 심각해 농사를 접느니 마느니 하고 있는데, 선정적으로 접근하는 언론의 보도가 너무 아쉽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대책이 조속히 마련되지 않으면 상당수 농가가 농사를 포기해야 할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김영혁 충주 노은농협 조합장은 “전국의 2만8000여 복숭아 재배농가들이 예상치 못한 극심한 언피해에 망연자실하고 있다”며 “복숭아는 나무를 새로 심어 제대로 수확을 하려면 5~6년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피해농가의 생계안정과 영농기반 회복을 위해 이 기간 동안 정책자금지원이나 기존대출금 상환연기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