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에선 산지에서 출하된 수박을 놓고 구매담당자와 산지간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수박의 당도가 매장이 정한 기준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 산지 상황을 알아 보니 며칠 후 전국적으로 많은 장맛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듣고 일부 농가들이 채 익지 않은 수박을 서둘러 수확해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수박은 산지로 반송이 됐고 산지농협과 해당 농가는 품질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했다.
장마철이 본격 시작되면서 수박과 복숭아 등 일부 과실들의 품질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고영직 농협중앙회 농산물도매분사 청과사업단 팀장은 “많은 비가 내리면 과실들의 당도가 대체로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를 우려한 나머지 완전히 익지도 않은 과실을 성급하게 수확해 소비지로 출하할 경우 해당 산지가 애써 구축한 신뢰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 팀장은 또 “소비지에서 물량이 필요한 날 1~2일 전에 산지에 발주하는 게 보통인데, 발주를 받은 이후 산지에 갑작스럽게 비가 내릴 경우 당황하지 말고 소비지에 산지 상황을 곧바로 알려줘 소비지가 대체 산지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에 막 출하되기 시작한 노지 복숭아의 경우 당도가 소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장마철 전후의 당도 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협유통의 한 관계자는 “최근엔 소비지 판매장에서도 과실의 당도 하락 이유를 소비자에게 솔직히 공개해 이해를 구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일부 소비자들은 날씨에 상관 없이 무조건 맛이 좋아야 한다는 인식을 버리지 못하는 만큼 장마철일수록 산지는 당도 관리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시설하우스에서 재배되는 포도와 토마토는 비로 인해 수분을 머금었다가 갑작스러운 무더위에 노출될 경우 과피가 터져버리는 열과현상이 발생하기 쉬워 출하 직전 후기 생육관리를 더욱 꼼꼼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유통업체 구매담당자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