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농사에서 잘만 쓰면 제초제만큼 효율적인 것도 없다. 콩밭 매는 아낙네가 베적삼 흠뻑 적신 게 잡초 때문 아닌가. 옛날에 비하면 농사짓기도 참으로 많이 편해졌다. 하지만 까딱 잘못 쓰면 큰 낭패를 보는 게 또 제초제다.
고추모를 심은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농장에 다녀온 아내가 소스라치게 놀라서 하는 말이 고춧잎이 다 말랐다는 것이다. 아뿔싸! 살충제 약통이 따로 있는데 잠시 착각하고 제초제 약통에다 살충제를 넣고 뿌렸다가 일이 난 것이다.
다행히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사 잘 지으라고 무상으로 공급한 미생물을 고춧잎에 뿌리고 비료도 줬더니 80% 정도는 회복돼 안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웃에 사는 어느 형님이 아랫마을 박씨는 고추밭을 완전히 망쳐 말뚝만 남았다고 했다. 꼭 내 이야기인 것 같아 비가 오는데도 그 집 밭에 가 보곤 너무도 황당해 입이 절로 벌어졌다. 1000포기를 심었는데 겨우 5포기만 살아남았단다. 사연을 듣고 보니 제초제를 살충제로 착각하고 뿌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 이 근방에서 박씨 형님이 ‘1등 바보’, 내가 ‘2등 바보’가 되었다.
농사를 짓다 보면 간혹 이런 실수를 저질러 한해 농사를 망치기도 한다. 다른 분들은 부디 조심 또 조심해 올해도 풍년을 거두기를 바라는 마음에 몇자 쓴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