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풋고추보다 크고 매운맛이 덜한 오이맛 풋고추(과일맛 풋고추)가 여성과 어린이는 물론 매운맛을 꺼리는 성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이후 오이맛 풋고추는 맛이 매운 청양고추를 제외한 풋고추 종자 시장에서 기존 품종을 대체하며 고추 종자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풋고추 종자 시장은 ‘청양고추’와 ‘오이맛 풋고추’가 주도하는 양상이다. 오이맛 풋고추 재배 현황과 향후 전망 등을 살펴본다.
◆재배 현황=매운맛은 약하고 맛과 향이 좋은 오이맛 풋고추의 재배와 소비가 늘고 있다. 2008년 서울 가락시장의 오이맛 풋고추 반입량은 풋고추 전체 반입량의 5%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청양고추를 제외한 풋고추 전체 반입량의 60% 수준에 이를 만큼 재배가 급증했다. 올해 5월까지 가락시장에 반입된 풋고추 2만2200여t. 이 가운데 청양고추 1만580이을 제외한 1만2680t의 60%, 즉 7000여t이 오이맛 풋고추였다. 전체 풋고추 반입량의 32%에 달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오이맛 풋고추의 지난해 가락시장 평균 가격(10㎏들이 한상자 기준)은 4만2800원대로 연중 꾸준히 안정적인 시세를 유지했고, 올해도 5월까지 평균 4만9500원대를 기록했다. 이는 청양고추나 일반 풋고추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나 고추 한개당 가격은 오이맛 풋고추가 훨씬 높고, 상자당 포장 개수가 적다보니 일손도 적게 들어 수익성은 최고라는 분석이다.
10㎏들이 한상자에 들어가는 고추 개수는 오이맛 풋고추가 300~350개로 청양고추 1000여개, 일반 풋고추(녹광) 700~750개의 30~50% 수준이다.
◆종자시장 동향=소비량이 증가하는 만큼 오이맛 풋고추 종자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업체에 따라서는 2년 사이 종자 판매량이 10배 가까이 늘었다.
2003년 사카타코리아㈜가 오이맛 풋고추 품종으로 처음 선보인 <길상(BN54)>은 출시 이후 꾸준히 종자 판매가 늘어나 2000년대 후반부터 연간 150㎏ 안팎의 판매량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종자 판매량은 700여㏊를 재배할 수 있는 물량이다.
농우바이오가 2011년 출시한 <롱그린맛 풋고추>는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함량을 줄이는 대신 비타민C의 함량을 높여 ‘세살부터 여든살까지 누구나 즐겨 먹는’ 풋고추의 대중화를 선언했다. 이 풋고추 종자는 2011년 52㎏ 판매됐고, 2012년엔 64㎏ 판매된 데 이어 올해도 5월까지 52㎏ 판매됐다. 농우바이오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만 250~300여㏊ 규모로 재배할 수 있는 종자가 판매됐다”면서 “판매량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과일풋고추’로도 불리는 아시아종묘의 <따고또따고>는 맵지 않고 맛 좋은 아삭한 풋고추로 알려져 있다. 이 고추 종자 판매량은 2011년 1.7㎏에서 2012년엔 9배가량 증가한 14.8㎏(70여㏊ 재배 물량)에 달했다.
종자업계 관계자는 “김장 수요 감소와 고춧가루 수입 등으로 건고추 재배의 매력이 줄어들면서 오이맛 풋고추 종자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구체적인 재배면적 통계가 없어 정확하진 않지만, 전체 고추 재배면적 5000㏊ 가운데 오이맛 풋고추 재배면적이 1000~1300㏊에 달해 종자업체간 시장선점을 위한 판촉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가·시장 반응과 전망=임채우 경남 창녕군 길곡면 시설채소 연합회장은 “2011년부터 오이맛 풋고추를 2100여㎡의 하우스에서 재배하는데 기존 일반 풋고추에 비해 수량이 많고 꼭지가 연해 수확 작업도 수월하다”며 “게다가 기존 풋고추 품종에 비해 육질이나 고추 모양도 좋다”고 말했다.
손호길 농협가락공판장 경매팀장은 “오이맛 풋고추가 맵지 않은 풋고추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며 “젊은 층에게도 인기를 얻는 오이맛 풋고추가 당분간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오이맛 풋고추가 앞으로도 풋고추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선 맵지 않고 단맛나는 풋고추 생산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종자업체 연구소 관계자는 “아직 오이맛 풋고추를 출시하지 않은 일부 종자업체들도 품종 개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시장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이맛 풋고추 소비 확대를 위한 고품질 종자 생산 경쟁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