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값 폭락으로 시름하는 농민들에게 사료를 판매하는 저희들도 마음이 아주 무겁습니다.”
농협사료 마케팅본부의 A씨는 20년 근무기간 동안 요즘처럼 마음고생을 많이 한 적도 없다고 한다. 농협사료의 주 고객인 한우농가들이 경영난을 호소하며 사육을 접는 사례를 자주 목격하는데도 현실적으로 사료값을 내리기가 불가능하고, 일부에서는 이런 농협사료에 대해 농가의 어려움은 아랑곳 없이 수익만 취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전국한우협회가 최근 소값 회생을 위한 단기대책의 하나로 농협에 사료값 인하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서자 농협사료 임직원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한우협회는 2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소값 회복을 위한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올해 들어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세를 보여 사료값 인하 여지가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속속 발표됐음에도 농협사료는 모른 척하며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고 있다”며 “이런 어려운 시기에 사료값을 인하하고 일반사료업체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농협사료의 설립 취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협사료측은 올해 들어 국제 곡물시장에서 일부 곡물 가격이 안정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환율이 급상승해 사료 원료 수입단가는 오히려 크게 오른 상태라고 강조한다.
관세청의 사료 원료 품목별 수입현황에 따르면 1t당 수입 평균단가가 옥수수는 2010년 228달러, 2012년 311달러, 올해(상반기) 318달러 등으로 계속 올랐다. 소맥도 2010년 207달러에서 지난해 284달러, 올해 6월엔 330달러로 치솟았으며, 대두박 역시 2010년 391달러에서 올해 6월엔 592달러로 크게 올랐다. 채종박·팜박·야자박·타피오카·소맥피 등 배합사료 부원료 수입단가도 덩달아 크게 뛴 실정이다.
농협사료의 관계자는 “연초 대비 연도말에 환율이 10원만 올라도 농협사료가 추가로 부담하는 환차손이 연간 70억~80억원이 발생하는데, 올해는 환율 인상폭이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환율은 지난해 말 1077원에서 올 3월엔 1102.2원, 6월에는 1135.2원까지 치솟았다.
축산업계에선 농협사료가 사료값 인상요인이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일반업체와 달리 가격인상을 자제하고 버티는 것만으로도 축산농가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일반 사료업체들은 지난해 7~8월 사료값을 3~3.5% 인상한 데 이어 올해 초에도 평균 3.5% 올렸지만 농협사료는 지난해는 값을 내렸고, 올해도 값을 올리지 않았다. 농협사료는 다만 지난해 2월 일반 사료업체들과 달리 선제적으로 값을 내린 것을 올해 원상복구하는 데 그쳤다.
축산업계의 관계자는 “농협사료는 값을 올릴 때는 경쟁 업체보다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인상폭도 최소화한다는 원칙으로 사료시장에서의 가격 견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축산농가의 사료비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며 “농협사료의 경영실적이 부진해 적자를 낸다면 당장 축산분야 연구사업·시설 개보수 등의 투자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축산농가의 컨설팅지원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 6월 말을 기준으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한 배합사료 1㎏의 평균 출고가격은 일반사료업체의 경우 579원인 데 비해 농협사료는 이보다 20.7%나 싼 459원으로 나타났다. 농협사료는 올 상반기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2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