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태 경기동부과수농협 조합장(왼쪽)과 복숭아 농업인 서정진씨가 열매가 떨어지고 빈 봉지만 남아 있는 모습을 안타깝게 살펴보고 있다.
복숭아 농가들이 유난히 혹독한 한해를 보내고 있다. 한창 수확의 기쁨을 맛봐야 할 시기에 잇따른 이상기후로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복숭아 농가들은 지난겨울 강추위로 언피해를 입은 데다, 4월 추위로 인한 냉해, 5월 이후 이상고온과 6월 말부터 이어진 긴 장마로 복숭아가 충분한 크기로 성숙하지 못하고 원인모를 낙과 현상까지 일어나는 등 신음하고 있다.
경기도의 복숭아 최대 주산지인 이천시 장호원읍 일대 600여 복숭아 재배 농가는 수량 감소는 물론 낙과까지 발생해 시름에 잠겼다. 2만㎡ 규모의 복숭아 농사를 짓는 서정진씨(42·장호원읍 노탑리)는 “12년 복숭아 농사를 지었는데 부분적인 언피해와 수확기 낙과가 있었지만, 올해처럼 이렇게 심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서씨의 경우 평년엔 6만장의 봉지를 사용했지만 올해는 언피해와 냉해로 3만5000장 정도만 씌웠고, 그나마 수확기를 앞둔 현재 비상품과가 대부분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만생종 위주로 낙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현재 조·중생종의 성출하기지만 경기동부과수농협 산지유통센터(APC)로 입고되는 복숭아량은 전년 대비 30%가량 줄었다. 허환 경기동부과수농협 지도상무는 “대부분의 농가에서 수량이 평년의 절반가량 줄었다”며 “덩달아 APC로 입고되는 물량도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장호원지역의 주력 품목이며 9월 중순부터 수확하는 <장호원 황도>의 중간 낙과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창 굵어져야 할 시기에 나무 밑에는 자라다 만 복숭아가 쌓여 있었다.
이종태 경기동부과수농협 조합장은 “복숭아 농가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며 “피해 농가를 위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북지역의 농가들도 마찬가지. 음성군 감곡면의 복숭아 농가 차상근씨(56·오향리)는 “복숭아나무 수세가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장마로 상품성까지 떨어져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물량이 평년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김주동 충주 노은농협 경제상무는 “올해 긴 장마로 농가들이 제때 병충해 방지를 하지 못해 병해 발생도 평년보다 20~30% 이상 늘었다”며 “게다가 전체적으로 품질이 낮고 알도 작아지는 등 생산량이 평년의 40~50% 이하로 줄어 공선 출하물량을 채우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