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농산물 인증제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인 ‘저농약 인증제’가 2015년까지 유지되다 2016년 전면 폐지될 예정이다.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고 유기·무농약 농산물과 일반 농산물의 가격 차별화를 꾀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미 저농약 신규 인증은 2010년 중단됐다. 그렇다면 저농약 인증농가들은 어떤 대비책을 갖고 있을까.
◆3명 중 1명만 유기·무농약 전환 의사=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월14~28일 전국 친환경 인증농가 650명(유기 251명, 무농약 119명, 저농약 280명)을 대상으로 저농약 인증제 폐지에 따른 의향을 조사한 결과, 저농약 농가 280명 중 상위 단계인 유기·무농약으로 전환하겠다는 농가는 102명(36.4%)에 그쳤다. 농산물우수관리제(GAP) 인증을 받겠다는 농가는 61명(21.8%)이었고, 저농약 수준으로 농사를 짓겠다는 농가도 80명(28.6%)이나 됐다. 나머지 37명(13.2%)은 관행농업으로 후퇴하겠다고 답했다. 농경연 관계자는 “GAP는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초제를 비롯한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농업과 다른 차원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기재배가 까다로운 과수는 더욱 심각했다. 유기·무농약 전환 의사를 밝힌 농가는 17%에 그쳤다. 51%는 기존처럼 농사를 짓거나 관행농업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농가들이 저농약 인증제 폐지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이유는 유기·무농약 전환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관행농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농가의 70.3%는 ‘친환경농업이 어려워서’라고 답했고, ‘유기 또는 무농약으로 전환해도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21.6%나 됐다. 유기·무농약 농가들도 저농약 인증제 폐지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650명 가운데 저농약 인증제 폐지가 필요하다는 농가는 198명(30.5%)에 그쳤다. ‘유기·무농약 농산물 가격이 어떻게 변할 것 같냐’는 질문에 ‘현재와 비슷할 것’(452명)이 ‘더 올라갈 것’(198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홍보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650명 가운데 저농약 인증제가 폐지되는 줄 몰랐다는 농가가 101명이었고, 그 중 당사자인 저농약 인증농가도 16명이나 됐다.
◆유인책은=저농약 농가들을 유기·무농약 단계로 끌어올리려면 가격 차별화를 통한 소득보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단계별 연평균 소득은 저농약(6894만원)이 유기(6133만원)와 무농약(5823원)보다 높았다. 따라서 저농약에서 무농약으로, 무농약에서 유기로 전환할수록 소득이 높아지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런 차원에서 보고서는 친환경농업 직불금을 품목별로 차등 지급하고, 유기 분야 직불금은 계속해서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유기농업 선진국인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는 직불금을 영구작물·경작지·목초지·채소류로 구분해 차등 지급하고 있다.
정학균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유기·무농약 재배가 어려운 과수 농가를 위해 ▲병해충 저항성 품종 보급 확대 ▲과수 병해충을 해결할 친환경 약제와 생태적 방제대책 개발 ▲과수 전문 유기농업기술센터 설치 ▲병충해에 따른 생산 감소분을 보장해주는 보험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또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특’ 등급 과실을 생산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친환경 과실류 대상의 별도 품질규격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