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광 소은목장 대표와 아내 이영희씨는 소를 정성껏 먹이고 돌본 근면함이 실패를 딛고 재기에 성공한 원동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에서 소은목장을 경영하며 젖소 89마리를 키우는 낙농가 김명광씨(56·두서면 미호리)는 꾸준한 젖소 개량으로 연간 5억여원의 소득을 올리는 성공한 농업인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말 못할 아픈 시간들이 있었다. 7남매의 맏이였던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농지를 물려받아 21세부터 농사를 지었지만, 일년 내내 땀 흘려도 손에 쥐는 게 없었단다. 하루속히 자리를 잡겠다는 마음에 1984년 착유소 두마리를 들이며 낙농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나 세번씩이나 소장수에게 속아 소를 사들인 탓에 빚더미에 올랐다는 김씨.
그는 결국 농사를 지으면서 알미늄 섀시 공장에 취업해 ‘투잡족’ 생활을 했다. 그러다 우연찮게 노동조합 사무국장 일을 맡게 됐지만 회사가 파산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일자리를 구하려 동분서주했지만 노동운동 전력 때문에 그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김씨는 잠시 목장 관리인으로 일을 하다가 갈등 끝에 고향인 두서면 인보리로 돌아왔다.
“이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500만원을 들여 젖소 암송아지 아홉마리를 들여왔습니다. 축사도 없이 마당 한쪽에서 소를 길렀지요.”
1년 후인 1994년, 송아지들이 젖소로 자라자 그는 당시 돈으로 2억5000만원이란 큰 빚을 내서 미호리의 야산 밑에 3636㎡ 규모 농지를 구입해 현재의 자리로 이사했다. 젖소 빼고는 그야말로 모든 게 빚이었다.
이 무렵 그는 원칙을 하나 세웠다. 젖소가 언제든지 사료를 먹을 수 있도록 사료통을 항상 채워둔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 6개월 동안은 돈 벌 생각을 잠시 접어두자고 스스로 다짐하며 육성우 때부터 건초를 떨어지지 않게 먹여 위를 늘리고, 착유우에게는 TMR(완전배합사료)을 무제한 급여해 산유량을 극대화했다. 더 나아가 젖을 짜지 않는 건유우에게도 건초를 주면서 다음 착유기를 충실하게 대비했다.
김씨는 산유량 증대가 소득 증대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수한 혈통을 지닌 정액을 직접 인공수정하며 개량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객관적인 지표로 증명되고 있다. 소은목장의 착유소 5월 검정 결과 45마리의 마리당 하루 평균 산유량이 42.2㎏으로 전국 5% 안에 드는 성적을 기록했다. 영남권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성적이라는 것이 농협사료 울산지사 관계자의 귀띔이다.
2011년 울산지역 최초로 낙농농장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해썹·HACCP) 인증을 획득한 김명광씨는 오늘도 농장일지를 꼼꼼히 적으며 과거의 실패를 밑거름 삼아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