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락시장의 건고추 판매장에서 한 상인이 소비자에게 건고추의 품질과 가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곳에서 영화상회를 운영하는 중도매인 정인성씨는 “올해는 건고추 가격도 형편없지만, 소매상인이나 일반인 등 건고추를 구입하러 오는 이들마저 크게 줄었다”며 “최근 10여년간 올해처럼 장사하기 힘든 적은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인근 ㅎ상회의 또 다른 상인도 “최근 전남 신안·경남 남해 지역 등에서 건고추를 팔아달라는 연락을 많이 받고 있지만, 올해는 건고추 시세가 제대로 형성이 안돼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산량 증가와 재고 누적으로 인한 건고추 값 하락, 거래 부진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현재 서울 가락시장에서 건고추(화건)는 한근(600g)당 평균 6000~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원~1만2000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 그나마도 찾는 이가 없어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유통인들의 설명이다.
건고추 산지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 유일의 건고추 경매장인 경북 안동 서안동농협 농산물고추공판장에선 요즘 건고추(화건) 상품 경매가격이 600g당 5000~5500원 선에 그치고 있다. 햇건고추 경매가 시작된 8월 초순보다 600g당 가격이 오히려 500원 이상 하락했다.
이곳 김현수 경매사는 “올해는 고추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현재는 광택이 좋고 결점이 없는 특품이 그나마 5500원을 받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이달 초 발표한 관측자료에 따르면 올해 건고추 생산량은 10만8900t~11만1800t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10만4100t과 비교했을 때 적게는 4.6%, 많게는 7.4%가 증가한 양이다. 여기에다 올해 건고추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한 산지유통인들이 지난해 재고를 다량 보유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햇건고추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일부에선 중국산 건고추가 국산 건고추 가격의 절반 수준인 600g당 3000~4000원 선에 다량 유통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건고추 가격 하락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건고추 가격지지를 위해 5800t 수매 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는 건고추 가격이나 거래 동향 모두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가락시장 등에선 건고추 가격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정부 수매물량이 건고추 가격을 끌어올리기엔 부족해, 가격이 오른다 해도 지금보다 600g당 1000원 이상 오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산지에선 추석 이후로 예정된 정부 수매가 어느 정도 가격에서 이뤄지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충남 태안 안면도농협의 조항태 상무는 “정부 수매 가격이 600g당 7000~8000원 정도로 높게 제시된다면 농가들이 수매에 적극적으로 응하면서 가격 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영광농협의 장정우 과장도 “정부의 수매 비축 계획은 가격이 관건”이라며 “정부가 제시한 수매가격과 품질기준이 농가 기대를 밑돈다면 가격 지지엔 ‘그림의 떡’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