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주최한 ‘고추 수급안정과 고추산업 발전방안 현장토론회’가 12일 경북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에서 열렸다. 안동=이희철 기자
◆과다 이월량이 문제=통계청이 조사한 올해 고추 재배면적은 4만5360㏊로 지난해에 견줘 0.2% 줄었다. 그러나 정식기 이후 날씨가 좋고 착과수도 늘어 전체 건고추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5~7% 많은 11만t 내외가 될 것으로 농경연은 전망했다. 이는 국내산 수요량과 엇비슷한 양이다.
문제는 이월량이다. 지난해 김장철 무렵부터 건고추 가격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판매 시기를 놓친 대농과 수입상들은 건고추를 풀지 않고 올해 수확기를 기다렸다. 이 물량이 예년보다 2만t 이상 많다는 게 산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준홍 충북 괴산고추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재고를 털지 못한 수집상과 업체들이 자금 압박 때문에 햇고추 매입에 적극 나서지 못하면서 건고추 시세가 약세로 출발했다”고 분석했다.
대형 식품업체들이 국내산 사용을 꺼리는 현상도 건고추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용갑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 중도매인협회장은 “건고추 시세가 갑절이나 뛰었던 2011년 정부가 물가를 강하게 통제하자, 식품업체들이 수지를 맞추려고 국내산 고추 비중을 줄였다”며 “값싼 수입 고추로 돌아선 업체들은 이후부터 국내산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수매 효과는=정부는 건고추 수급·가격 안정을 위해 올해산 건고추 5800t을 추석 이후에 수매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수매는 추석 이후에 이뤄질 예정이다. 그렇지만 수매 시기가 늦고 물량도 충분하지 않다는 게 산지의 반응이다. 이완섭 충북 제천 화성상회 대표는 “가격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수매한다는 사전 예시가격을 내놨으면 이런 사태가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용갑 회장은 “큰손들은 건고추 가격이 3000원대로 떨어져야 움직일(매입할) 것”이라며 “수매 계획량 5800t으로는 떨어지는 건고추 가격을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수매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상기 경북 안동봉화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정부가 개입하면 대형 식품업체들이 국내산으로 눈을 돌릴 기회를 막게 된다”며 “최후의 수단으로 수매할 거라면 햇고추는 물론 재고물량도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중한 안동시 유통특작과장은 “수매된 고추는 다시 시장에 풀리게 된다”며 “국내산 소비를 늘리는 방향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