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은 2016년까지 칼 없는 정육점 450개를 운영하는 등 새로운 개념의 축산물 유통경로를 확대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실익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칼 없는 정육점이 들어선 서울의 한 동네 슈퍼의 냉장 진열장 모습.
신개념 유통경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칼 없는 정육점이다. 기존 식육판매점은 각종 장비와 냉장설비, 정육기술자가 있어야 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칼 없는 정육점은 냉장 진열장을 설치할 수 있는 1.5㎡ 넓이의 공간만 확보하면 동네 슈퍼 등에서도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다. 농협으로부터 한우와 돼지고기 소포장품(200~400g 크기)을 공급받아 냉장 진열장에 진열해 판매하면 되기 때문이다. 산소를 주입하는 특수 포장기법으로 만든 소포장 제품은 10일간 유통이 가능하며, 농협의 위생 안전기준에 의해 관리된다.
칼 없는 정육점은 8월 말 현재 22개가 운영중인데, 농협은 올 연말까지 150개, 2014년엔 250개, 2016년에는 45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농협은 24시간 편의점에도 칼 없는 정육점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핵가족 및 1인가구가 증가해 육류의 소량단위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구매 편의성, 품질 및 안전성을 갖춘 칼 없는 정육점은 축산물 유통 분야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또 식육판매점에서 돼지 저지방 부위로 돈가스·소시지·떡갈비 등 식육가공품을 직접 제조해 판매하는 점포 10곳을 올해 시범 운영한 뒤 내년엔 25곳, 2016년엔 80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곳에선 정육(90%)과 함께 가공품(10%)을 판매하게 된다. 농협은 기존 식육점에서 1000만~3000만원 정도만 투자하면 식육가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농협축산물위생교육원에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희망 업소를 대상으로 제조와 관련된 기술 교육과 컨설팅, 홍보를 지원하기로 했다.
농협이 인터넷 쇼핑몰과 TV홈쇼핑의 장점을 접목한 농협안심사이버장터를 운영하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현재 축산물 관련 온라인 거래는 구매자의 신뢰부족, 지육유통 선호 등으로 대중화가 이뤄지지 않아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 TV 홈쇼핑도 판매자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로 소비자 불만이 그치지 않고 있으며, 높은 수수료로 인한 유통비용 문제가 항상 도마에 오르는 실정이다. 하지만 11월 인터넷상에 새로 구축될 농협안심사이버장터는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가공현장, 제품규격, 위생관리 상태 등을 확인하면서 축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안심사이버장터는 농협안심축산·축협→사이버장터→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단계를 거쳐 유통비용 비율도 현재 45.3%에서 30.3%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농협은 전망하고 있다.
농협의 관계자는 “칼 없는 정육점, 식육점의 가공품 판매, 안심사이버장터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유통비용 축소로 축산물의 산지와 소비지 가격 연동이 원활해지고 축산물 소비 저변도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