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이후 농산물 가격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가락시장에서 오이 경매가 열리고 있다.
◆심상찮은 농산물 가격 하락세=현재 서울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농산물은 추석 이후 대부분 품목이 큰 폭의 가격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배추는 상품 기준 10㎏들이 한망이 추석 전 1만원대에서 9월28일에는 4900원까지 떨어졌고, 같은 기간 열무는 1.5㎏ 한단이 4000원에서 700~800원대로 폭락했다. 또 풋고추는 상품 기준 10㎏들이 한상자가 추석 전엔 4만3000원까지 거래됐으나 현재 1만4000원~2만원으로 추락했고, 20개들이 한상자에 2만원이 넘던 애호박은 현재 9000원~1만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외에도 상추·시금치·미나리·가지 등 채소류도 추석 이후 30% 이상 값이 떨어졌다. 과일시장 상황도 비슷해 사과는 상품 15㎏들이 한상자가 평균 6만9000원에서 3만원 전후로, 배는 15㎏들이 한상자가 5만원대 중반에서 2만원대 중반으로 하락했다.
경기 구리시장도 가락시장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농산물 가격이 폭락, 애호박 6㎏들이 한상자가 추석 전 2만2000원대에서 최근 1만1000원에 거래됐고, 가지 역시 5㎏들이 한상자가 1만3600원에서 6500원으로 떨어졌다. 그 밖에 얼갈이배추는 상품 2㎏이 1700원에서 800원, 배추는 10㎏들이 한망이 1만원에서 5000원, 복숭아 <황도> 4.5㎏은 2만6000원에서 1만6000원 등으로 대부분의 품목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소비부진에 생산량 증가 겹친 탓=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매년 추석 이후에는 농산물 소비가 급감하면서 값이 하락했다가 대략 10일 정도가 지나면 회복되는 현상이 되풀이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명절 이후 농산물 가격 하락세가 예년과 달리 심상찮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이들은 올해는 4년 만에 태풍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가락시장 서울청과㈜의 이종호 관리팀 부장은 “올해 태풍이 오지 않아 농가 피해가 없는 건 다행이지만 작황이 좋아지다 보니 현재 대부분 품목에서 공급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특히 저장이 가능한 과일보다는 상대적으로 저장성이 없는 채소류의 가격 하락폭이 더 크고 수급 불균형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협구리공판장의 강남규 경매과장도 “농산물 출하물량 증가와 소비부진 현상이 농산물 값 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추석 이후 농산물 가격 하락이 예년처럼 조기에 마무리되지 않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농가, 품질 위주 출하로 시세 올려야=이 같은 도매시장 상황과 관련, 농산물유통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산지 농가에서는 양보다는 품질 위주의 출하에 더욱 신경써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이른바 ‘머리 시세’로 불리는 상위 등급 가격이 잘 나와야 전체 시세를 끌어올릴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선별 등을 통한 품질 높이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락시장 동부팜청과㈜의 황정석 이사는 “아무리 가격이 하락했다 해도 품질이 좋은 건 가격을 잘 받기 마련”이라며 “농가들이 품질이 나쁜 건 과감히 배제시키고, 특품 중심으로 출하해야 전체 시세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