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혁씨가 자신의 미니사과밭에서 수확하던 손길을 잠시 멈추고 사과모델 다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스타요. 말도 마이소.”
국내 최대 제빵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트 가을시즌 모델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사과재배 농가 최병혁씨(67·경북 영천시 고경면 덕암리)는 손사래부터 쳤다.
9월24일 미니사과(알프스오토메)를 한창 수확중인 사과밭에서 만난 그는 천상 농부였다.
하지만 그는 9월부터 올가을 대한민국 3000여곳에 달하는 파리바게트 전 매장에 대형 사진이 내걸린 엄연한 시즌모델이다.
“내가 얼마나 유명해졌나 싶어 추석 대목에 영천시내 파리바게트를 찾았지요. 그런데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 아닙니까. 기가 막혀서 가게 주인을 불러 걸려 있는 내 사진 옆에 서서 이 사람이 바로 나다고 하니까 그제야 아는 체를 하데요.”
머쓱한 기분에 그는 가게 주인에게 광고사진을 교체할 때 사진 버리지 말고 챙겨뒀다가 자신에게 달라는 부탁을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럼 어떻게 모델이 되신 겁니까.”
“8월 초쯤 미니사과작목반 총무가 파리바게트에서 모델을 구하고 있으니 와보라고 해서 간 것이 계기가 됐죠. 만나자마자 사과밭으로 데리고 가서 사진 몇방 찍더니만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길로 그는 팔자에도 없는 모델이 됐다.
“모델료는 많이 받으셨겠네요.”
“일 다 끝나고 나니 200만원 줍디다. 그기서 세금 22% 공제하고요.”
“애걔, 그럼 모델 왜 하셨습니까.”
“미니사과 소비 홍보에 도움을 준다니까 한 거지요. 미니사과가 자유무역협정(FTA) 대체작목이다 해서 해마다 재배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그에 걸맞은 소비기반이 갖춰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니사과 홍보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가 돈을 주고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했지요.”
30년 가까이 사과농사를 지어온 그는 3년 전 FTA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소득작목을 찾다가 미니사과 재배에 뛰어들었다. 3300㎡에 미니사과 600그루를 모두 무농약으로 재배중이다. 그가 속한 작목반에만 22농가가 미니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경북도 전체만 해도 미니사과 재배면적이 지난해 기준 33.6㏊에 달한다.
“방울토마토가 국내 첫선을 보였을 때 지금처럼 되리라고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처럼 미니사과도 제2의 방울토마토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번 사과케이크만 해도 수입 체리나 오렌지 대신 우리 미니사과로 장식을 했잖아요. 소비자 반응도 폭발적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우리 농가들이 하기 나름이지요.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