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7월14일 시간당 95㎜가 넘는 폭우로 경기 연천에 있는 김모씨의 양계장에 침수 피해가 발생해 육계 9800여마리가 폐사했다. 배수 작업을 실시한 직후의 계사 내부 모습.
올해 7월 경기지역 농가들은 한달 내내 비에 시달렸다. 49일이라는 역대 최장기간 동안 장마가 지속되는 가운데 시간당 수십㎜가 넘는 엄청난 폭우가 수시로 쏟아졌다.
경기 연천에서 6년째 양계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모씨도 7월14일 쏟아진 폭우에 직격탄을 맞았다. 13일 오후부터 연천군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불안한 마음에 자정이 넘어서까지 주변을 점검했다. 하지만 새벽 무렵 빗줄기는 더욱 굵어져 시간당 95㎜가 넘는 어마어마한 강수량을 기록했고, 오전 5시경 계사 점검에 나선 김씨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했다.
폭우로 김씨의 양계장 옆 야산에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와 빗물이 계사에 들이닥친 것. 부리나케 배수 작업을 실시했지만 이미 계사 내에서 기르고 있던 육계 9800여마리는 모두 폐사한 상태였다.
순간 그는 2010년의 악몽이 떠올랐다. 그해 8월 노후화된 전기시설 때문에 계사에 화재가 발생해 막 들여온 병아리 1만마리가 모두 불에 타버렸다. 업체에서 받은 병아리를 키운 뒤 다시 받는 사육비 명목의 수입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김씨는 당시 큰 타격을 입었다. 다 큰 육계값을 고스란히 물어내야 했기 때문. 큰 좌절에 빠져있던 그에게 장인은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하고 다시 한번 시작해보라고 조언했다. 인근 지역에서 마찬가지로 양계업을 하는 장인도 한때는 계속된 화재 등의 피해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한 뒤로는 농가 경영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조언을 받아들인 그는 지난해 8월 파주연천축협에서 가축재해보험 계약을 맺었다. 15일령 육계 2만9000여마리를 1년 동안 보험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산정된 보험료는 198만원 수준. 정부에서 50%를 보조해줘 최종적으로 99만원의 보험료만 부담했다.
결국 그의 판단이 옳았다. 침수로 폐사한 육계 피해액 1130여만원에서 자기부담금(5%) 56만원을 뺀 나머지 1080만원가량을 보험금으로 지급받은 그는 이번엔 좌절하지 않고 바로 재기에 나설 수 있었다. 폐사한 닭들은 안타깝지만 피해 복구 후 다시 병아리들을 들여왔다는 그는 “앞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세 자녀들을 봐서라도 당장의 보험료를 아까워하지 말고 매년 보험에 가입해 안정적으로 농가를 경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