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 사곡농협 김원섭 조합장(오른쪽)과 임재언 상무가 시름에 잠긴 얼굴로 선별되는 밤의 품질을 살펴보고 있다.
햇밤 수확철을 맞아 밤 주산지 농협들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생산량이 예년에 비해 20%가량 많은 것으로 추산되는 데다 산지 수집상들의 구매 열기마저 시들해 물량 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
밤 주산지 농협과 재배농가들에 따르면 올해 밤 생산량은 8만여t에 이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예년(6만7000여t) 수준을 크게 뛰어넘는 물량이다. 2009년 대풍 이후 밤 생산량이 최근 3년간 흉작에 가까운 작황을 보이면서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것이다. 봄철 밤꽃 수정기 때 충남지역은 물론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날씨가 비교적 양호했던 까닭에 착과량이 크게 늘었다는 게 농가들의 설명이다.
반면 품질은 기대만큼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곡농협에 따르면 조생종 밤의 경우 비상품과로 분류되는 이른바 ‘뜬밤’이 예년보다 40% 정도 늘었다. 밤은 수확 후 물에 띄워 속이 꽉 차 있는지를 확인하는데 뜬밤이 많다는 것은 속이 비어 상품성이 떨어지는 밤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생산량이 많고 품질은 좋지 않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산지 수집상들의 매기는 크게 부진한 상황이다. 충남지역의 경우 공주·부여를 중심으로 산지농협의 수매가는 1㎏당 특품은 2500원, 대품은 1800원 선에서 결정되고 있다. 경남 산청·하동·합천지역에선 각각 200원 정도 낮은 값에 농협 수매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산지 수집상은 이보다 크게 낮은 특품 1㎏당 2000원 미만을 고수하면서 주산지농협들이 가격 협상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과잉생산에 따른 여파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는 데 있다. 밤의 경우 대규모 저장시설을 보유한 주산지농협들이 거의 없어 수확철 때 전체 생산량의 70%가 산지 수집상이나 가공업체로 판매된다. 특히 무른 밤이 많아 저장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남지역은 물량 조기처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율 저하와 이에 따른 판매가격 하락 등 2차 피해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 더해 산지 수집상에게 직접 판매하던 농가들마저 농협에 수매량을 대신 늘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농협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더구나 2011년 임산물 유통관련 정책자금이 산림종합자금으로 재편되면서 정책자금 지원대상이 산림조합과 영농조합법인으로만 한정된 것도 주산지농협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김원섭 사곡농협 조합장은 “10여년 전 전국 밤 주산지농협으로서는 처음으로 밤 소포장시설을 들여놔 밤 유통구조 개선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정책자금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면서 시설 현대화 등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농협중앙회는 4일 밤 주산지농협의 경영 안정을 위해 긴급 가격안정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앞서 7월 70억원에 이어 100억원을 추가 지원해 밤 수매자금을 모두 170억원으로 늘리고, ‘범농협 밤 판매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고객사은품으로 햇밤 소포장품을 확대 공급하기로 했고, 양재·창동·고양·성남·수원·대전·광주·부산 등 8개 대형 농협 하나로클럽에선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밤 특판 행사에 돌입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