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최규성)는 7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쌀 목표가격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쌀 목표가격 결정이 계속 지연되면 농가에 큰 파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만일 연내에 목표가격 변경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올해산 쌀부터 새롭게 적용할 변동직불금 지급기준 자체가 없는 상황이 돼 최악의 경우 수확기 쌀값이 크게 떨어져도 변동직불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농식품부는 이날 현안보고에서 2013~2017년산 쌀에 적용될 새 목표가격을 법률에 따라 80㎏들이 한가마당 17만4083원으로 기존보다 4000원 인상하고 ▲고정직불금 단가 조기 인상 ▲겨울철 논 이모작 직불금 지원(1㏊당 20만~40만원) ▲영세·고령농 배려 등을 통해 농가소득을 보전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야당은 김영록 민주당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이 제시한 목표가격 절충안(19만5901원)을 정부가 받아들이라고 압박했고, 여당은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해 의견 절충에 실패했다.
이처럼 목표가격 변경안을 놓고 국회와 정부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햅쌀 수확기를 맞은 농가들이 혼선을 겪는 것은 물론 제도운용 자체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쌀 변동직불금은 보통 수확기(10월~이듬해 1월말) 평균쌀값을 기준으로 발동요건 충족 여부를 조사해 3월 중 지급되지만 올해와 같은 목표가격 변경시기에는 적정 예산확보를 위해 늦어도 연내에는 결정돼야 한다.
목표가격 변경안이 연내에 처리되지 못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현행 ‘쌀 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은 목표가격을 ‘2005~2012년산까지는 고정하며 이후에는 5년 단위로 변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국회에서 정부의 목표가격 변경안 동의가 지연돼 해를 넘기는 상황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아 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농식품부는 ‘목표가격 결정이 지연되면 직불금을 어떤 기준에 맞춰 지급해야 하느냐’는 문제에 대한 법률 검토를 법제처에 의뢰하고 만일의 사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농식품부가 법무법인을 통해 법률자문을 받은 결과, ‘변동직불금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해석과 ‘기존 목표가격에 맞춰 변동직불금을 지급해도 된다’는 견해가 엇갈린 것으로 나왔다.
만일 법제처에서 정부의 목표가격 변경안(17만4083원)에 대한 국회 동의가 안되면 변동직불금 지급이 불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린다면 법률상 ‘근거규정 부존재’ 상태가 돼 변동직불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기존 목표가격에 맞춰 변동직불금을 지급해도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헌법은 국회가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될 때까지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하면 정부가 일정 범위 내에서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지출하는 ‘준예산’을 편성·집행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쌀 목표가격 문제도 여의치 않으면 이를 차용, 2012년산까지 적용된 목표가격 17만83원 또는 정부안 17만4083원을 기준으로 변동직불금 지급을 결정하고 국회에서 새 목표가격이 정해지면 나머지를 처리하면 된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예산확보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컨대 새 목표가격이 야당이 제시한 19만5901원(총 지급한도 8195억원)으로 결정됐다고 가정할 때 수확기 산지쌀값이 18만961원 이하로 떨어지면 변동직불이 발동하며 16만475원 이하로 하락하면 지급한도를 넘어선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 쌀 변동직불 예산안이 105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막대한 추가 예산확보가 필요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예상한 올 수확기 쌀값 16만4707~16만8842원을 기준할 때 최소 3000억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 예산안이 확정되는 연말까지 목표가격 변경 문제가 처리되지 않으면 쌀시장 전반에 악영향이 미치는 것은 물론 관련 예산확보에도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목표가격의 조속한 처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