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산지와 시장 상황이 출하 초반서부터 심상치 않았는데도 정부가 뒤늦게 수매비축에 나섰고, 그마저도 산지의 요구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어서 건고추와 마늘의 생산기반 붕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건고추값은 수매가 본격화된 8월 초부터 두달이 넘도록, 마늘은 6월 초부터 넉달 이상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8일 현재 건고추 도매가격은 화건 600g 상품이 6900원 선, 양건은 8780원 선으로 지난해보다 33~36% 떨어졌다. 산지 공판장의 가격 수준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경북 안동 서안농동협 고추공판장에선 4000원대 후반에 거래되는 물량이 속출하고 있다. 마늘(난지형) 도매가격도 현재 1㎏당 2780원 선에 머무르면서 지난해(3990원 선)와 비교해 30% 급락했다.
양념채소류 시장이 침체일로를 겪고 있지만 정부가 내놓은 가격지지 대책은 산지가 체감하는 것과 큰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건고추값 지지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대책은 8월 말 5800t을 수매비축하기로 한 것과 수매검사와 입고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한달 빠른 10월 말로 앞당기겠다고 최근 밝힌 것이 전부다.
마늘 대책은 더욱 부실하다. 특히 시장에 개입하기로 결정한 시기가 너무 늦은 데다 수매비축하기로 한 물량마저 산지 여론과 큰 차이를 보이면서 시장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는 지적마저 일고 있다.
정부가 수매비축하기로 한 계획물량 1만5000t 중 1차분인 9200t 처리계획은 7월12일, 나머지 5800t은 7월31일 나왔다. 주력 품종인 <남도> 마늘의 경우 6월 말이면 산지농협의 농가 수매가 대부분 종료되는 점을 감안하면 한달가량 지체된 늑장 대책이란 지적이다.
최근 건고추와 마늘을 적용 대상 품목에 추가시킨 수급조절매뉴얼도 산지 실정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수급조절매뉴얼 운용계획에 따르면 건고추는 aT의 상품 도매가격이 10월 600g당 5280원, 마늘은 1㎏당 1829원 밑으로 떨어져야만 ‘심각’ 단계가 발동돼 추가 수매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현재 aT의 도매가격대로라면 산지가 바라는 대책이 나오기는 아예 불가능한 상태다.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관계자는 “건고추의 경우 산지공판장 거래가격이 4000원대 후반까지 떨어진 반면 소비지가격은 제반 유통비용 증가 탓인지 동반 하락하지 않고 있어 걱정”이라면서 “마늘과 건고추 주산지농협들이 재고 부담으로 대규모 적자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직거래 판매 확대 등 자구노력을 더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건고추의 자급률을 2017년까지 65%(지난해 현재 59%)로 끌어올리고 마늘은 현재와 같은 75%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급률 목표치가 헛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