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각국의 보호무역 장벽을 FTA로 뚫어 자동차·전자제품 같은 공산품 수출 진작에 나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유럽연합(EU)·미국과의 FTA 발효 이후 값싼 수입 농산물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국농업으로선 ‘동시다발적 FTA’란 버거운 짐을 지게 됐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명박 정부 때 중단됐던 캐나다·호주·뉴질랜드와의 FTA 협상을 재개키로 했다. 3국은 정부가 참여를 적극 고려 중인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회원국이다. 현재 TPP 12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와 FTA를 맺지 않은 나라는 이들 3개국 포함 멕시코·일본 5개국뿐이다. 이는 정부가 FTA 확대로 TPP 가입여건을 다져놓고 필요하면 곧바로 가입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진행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FTA 대상국은 캐나다다. 박근혜 대통령과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이달 초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중 따로 만나 올해 말까지 FTA 협상을 타결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를 위해 현재 국장급인 협상 대표를 차관보급으로 격상하기로 했다.
뉴질랜드·호주와의 FTA 협상도 이르면 연내에 재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두 FTA는 한국의 농산물 개방 폭을 둘러싼 이견으로 3년째 중단된 상태다.
한·중 FTA 협상의 개방화율 상향 조정 문제도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APEC 정상회의 중 양자회담을 갖고 ‘수준 높은 FTA 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를 두고 무역업계에서는 1단계 협상에서 합의한 개방화율이 상향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이미 양측은 1단계 협상 합의문에 ‘2단계 협상 과정에서 개방화율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뒀다.
정부는 동남아시아 주요국과의 FTA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에 맺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의 FTA를 상향 조정키로 하고 사전 절차인 공청회까지 끝냈다. 한편으로는 아세안 회원국 중 내수시장이 크고 성장성이 높은 베트남·인도네시아와 개별 FTA 협상에 들어갔다.
말레이시아·타이와도 조만간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이는 ‘동아시아국가·신흥시장국가와의 FTA 네트워크 강화’란 국정과제의 하나로 추진되는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문제는 우리 협상단이 쇠고기를 비롯한 농산물 시장을 얼마나 방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캐나다·호주·뉴질랜드는 쇠고기·낙농품 분야에서 미국·EU 이상의 가격경쟁력을 지녔다. 중국과의 FTA는 과일류와 채소류의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 아세안에서는 열대과일·수산물·식물성유지 수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모든 관세의 완전 철폐를 추구하는 TPP 참여는 ‘농산물시장 전면 개방’이란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농축산연합회 관계자는 “TPP에 가입하려면 기존 참가국들이 합의한 만큼 개방을 전제하는 ‘비싼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며 “산업간 영향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TPP 참여 논의에 강력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