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식씨가 식용 피를 수확하기에 앞서 생육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충북 괴산군 칠성면 박종식씨(62·사평리)의 논에는 요즘 있어야 할 벼는 보이지 않고 ‘피’만 가득하다. 예전 같으면 ‘원수 같은 피’라며 김매기로 모두 제거해야 할 상황이지만 박씨는 오히려 애지중지 피를 돌보고 있다. 이 피가 최근 들어 박씨에게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수확한 피를 1㎏당 3만원씩에 전량 인근의 농업회사법인에 납품할 예정이다. 특히 벼처럼 모를 기르고 기계 이앙을 할 수 있는 등 재배하기도 쉽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벼와 콩 등을 재배하던 박씨가 피 농사에 뛰어든 것은 4년 전부터다. 해마다 쌀값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데다 콩값도 등락을 거듭하면서 틈새작목을 찾던 도중에 부가가치도 높고 영양성분이 많은 ‘식용 피’가 박씨의 눈에 들어왔다.
충북도농업기술원의 기술지도와 오랜 시행착오 끝에 피 농사에 성공, 올해 첫 수확을 시작했다.
논의 골칫거리로 알려졌던 ‘피’가 새로운 농가 소득작목으로 떠오르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농촌진흥청과 도농업기술원 등 연구기관에서 피의 기능성을 분석한 결과 현미보다 비타민B1을 2배가량 더 함유하고 있고, 쌀밥 등에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도정한 피는 백미에 비해 칼슘과 인은 2배 이상, 철분은 3배 이상, 식이섬유는 4배 이상, 단백질은 40%가량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농진청이 국내 처음으로 토종 식용피 종자에서 기능성 물질인 ‘코마릴세로토닌’ 등을 분리·정제하는 데 성공, 식용피의 기능성 신소재로서의 가능성도 높아진 상태다.
이 같은 피의 기능성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소득작물로 피 재배를 희망하는 농가도 증가하고 있다.
박씨는 “피는 병해에도 강한데다 벼에 비해 생산량도 많고 소득도 2~3배나 높다”며 “최근 들어 피 재배를 문의하는 농가도 부쩍 늘었다”고 소개했다.
한편 괴산지역에서 생산된 식용피는 <괴산잡곡> 브랜드로 소포장돼 한살림·생활협동조합 등 소비자단체에 납품되고 있으며, 괴산잡곡 쇼핑몰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일반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