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식물 검역의 지역화 인정 여부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의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이미 다른 나라와의 FTA나 검역 협상을 통해 가축전염병 및 식물 병해충이 발생하지 않거나 일정 수준 이하로 통제된 지역에 대해 ‘무발생지역’ 또는 ‘저발생지역’ 지위를 획득, 수입 제한 조치를 풀어가고 있다.
즉 중국이 FTA 등을 통해 동식물 검역을 내세워 단단히 걸어 잠근 나라의 수입제한이란 빗장을 열고 있는 것이다.
뉴질랜드·싱가포르·페루와의 FTA 협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은 뉴질랜드·싱가포르(2008년) 및 페루(2009년)와 FTA를 맺으면서 협정문에 지역화 개념을 명시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한·중 농산물 경쟁력 및 교역장벽 분석’이란 보고서에서 “중국은 뉴질랜드 등 3개국과의 협정문에서 ‘국내 일부 지역 혹은 전 지역에 대한 유해성 생물 또는 병해충 무발생 지역 인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국가 내 병해충과 가축 질병 발생이 없는 지역에서 생산된 육류와 과실 등은 수출할 수 있다는 내용인 셈이다. 페루와의 협상에선 더욱 구체적이다. 중국·페루 협정문에 따르면 수입국은 수출국이 제공한 필수정보를 받아 평가를 거친 후 관련 국제기구의 승인을 받은 병해충 무발생지역 및 저발생지역을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FTA와는 별도의 검역 협상을 통한 지역화 인정에도 적극적이다. 중국은 2005년 멕시코, 2007년 남아프리카와 ‘수출 사과 및 배 검역 요구에 관한 협정서’를 잇따라 체결한 데 이어 우리나라와도 2007년에 산둥성에서 생산된 양벚(체리)에 대해 지역화를 관철시켰다.
특히 2010년에는 세계적으로 식물검사요건이 매우 엄격한 나라 중 하나인 호주와도 양자협상을 통해 사과 수출 자격을 얻어냈다. 호주는 이전까지 중국에서 과실파리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중국산 사과의 수입을 금지해 왔었다. 이에 따라 중국은 2001년 4월부터 10년간의 협상 끝에 ‘호주에 수출하는 중국 신선사과의 식물검역요건 의정서’를 정식으로 체결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중국의 지역화 협상 전략은 우리나라에도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으로 우려된다.
한·중은 11월부터 구체적인 개방 품목을 정하는 2단계 FTA 협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국은 동식물 수입 허용 여부를 국가 전체가 아닌 지역 단위로 판단하는 ‘지역화’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이 구제역 발생국이라는 이유로 중국 대륙 전체에서 생산된 신선 축산물 수입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과실파리·코들링나방과 같은 병해충 유입을 차단하고자 양벚(체리) 등 극소수 과일류만 제한적으로 수입을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으로선 우리나라와의 FTA도 관세 철폐보다 지역화 관철이 급선무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축산물과 과일류 가격이 우리보다 훨씬 낮은데도 한국 수출이 안 되는 것은 검역 때문”이라면서 “따라서 중국 내 질병 및 병해충 분포와 지역별 특성을 파악하고, 지역화에 따른 국내 반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연구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