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끝낸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본격 돌입했다. 이번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안은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마련됐다는 상징성과 전년보다 총액이 2.9%(추경 포함)나 줄었다는 점에서 농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쟁점이 될 만한 사업을 짚어본다.
◆직불제 확대 제동=밭농업직불제 예산 확충이 농식품부 예산심의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밭직불제를 확충하려던 농정당국의 구상이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상 품목을 26개 밭작물에서 채소류 전체로 늘리고, 대상 농지를 ‘공부상 밭’에서 ‘실제 밭으로 이용된 농지’로 확대하기 위한 예산 184억원이 예산당국 심사 과정에서 통째로 빠진 것이다. 지목 제한을 풀면 2만9000㏊, 품목을 확대하면 1만5000㏊의 농지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밭직불제를 동계작물을 재배하는 논으로 확대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요구액의 절반만 반영됐다. 예산당국이 지급 단가를 기존 밭직불제의 50%인 1㏊당 20만원만 책정했기 때문이다.
농작물재해보험 종합위험보장 대상 품목을 배에서 사과·단감으로 확대하려던 농식품부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예산당국은 345억원이 소요되는 사과를 빼고 36억원이 드는 단감만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력 예산은 후퇴=들녘별공동경영체 지원품목을 쌀에서 다른 품목으로 확대하려던 계획도 추진이 어렵게 됐다. 농식품부는 내년부터 지원 대상을 다품목·소량생산 구조인 과수·채소로 확대하려고 42억원을 신청했지만, 예산당국은 한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생산기반 예산도 삭감의 회오리를 피하지 못했다. 농식품부는 다목적농촌용수개발사업 예산으로 3000억원을 요구했지만, 예산당국은 2550억원을 편성해 국회에 넘겼다. 이처럼 가뭄을 대비한 영농기반시설 구축이 늦어지면서 지난해 중서부지역을 강타한 가뭄피해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2년 기준 전체 논 98만4000㏊ 중 천수답은 19만6000㏊(19.9%)에 달한다.
이밖에 농식품부가 공공비축용으로 밀 1만t을 매입하려고 신청한 90억원과 신규사업으로 추진하려던 농산물우수관리제(GAP) 생산·유통조직 활성화 예산 30억원은 전액 삭감됐다.
◆지방비로 떠넘긴 사업은=예산규모는 올해와 비슷하나 사업비 가운데 지방비 비율이 높아 책정된 예산이 불용처리되는 경우도 늘어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조사료 생산기반 확충사업이 대표적이다. 2010년까지 사일리지 제조 비용은 국비 60%와 지방비 40%의 비율로 지원됐다. 그러다 2011년에는 지원조건이 국비 40%, 지방비 50%, 자부담 10%로 바뀌었다. 당시 정부는 “국고보조율을 줄이는 대신 그만큼 예산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지방비 부담이 늘면서 재정력이 약한 일부 지자체가 사업을 포기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2012년 국비 비율을 30% 낮추고 지방비 비율을 60%로 오히려 늘렸다. 이 때문에 예산 집행률은 2011년 66.8%에서 2012~2013년에는 평균 53.7%로 떨어졌다. 일부 지자체는 막대한 지방비를 투입해 생산한 사일리지가 다른 지역으로 반출될 것이라는 이유로 사업 신청을 꺼리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방비 비율을 낮추라는 지적이 국회에서 여러차례 제기됐지만 (예산당국의 반대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축산분뇨처리시설 지원사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농식품부가 축산분뇨 에너지화시설 3개소를 지원하려고 다섯차례나 공고를 냈지만, 1개소만 선정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국민공감농정위원회는 국비보조율을 30%에서 50%로 개선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감위에 참여했던 농업계 인사는 “가축분뇨와 음식물쓰레기를 함께 처리하는 환경부의 에너지화시설은 국고보조율이 80%에 달한다”며 “축산농가가 많은 지역은 대부분 재정이 열악한 농촌지역임을 고려할 때 가축분뇨 에너지화시설 국고보조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