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람은 높이가 60~70㎝ 정도에 이르며, 긴 타원형의 잎을 달고 병아리색의 작고 앙증맞은 꽃을 피우는 두해살이풀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대청·숭람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쪽빛을 낼 때 마디풀과의 쪽을 쓰지만 중국와 유럽에서는 판람의 잎을 쓴다. 판람의 잎에도 쪽잎과 마찬가지로 배당체(당이 유기활성화합물과 결합된 형태)인 인디칸이 있다. 인디칸은 에멀신이라는 효소에 의해 인독실과 포도당으로 분해되는데, 이 인독실이 공기와 접촉하면 산화돼 짙푸른 남색이 된다. 이 남색 염료가 영어로는 ‘인디고(Indigo)’이고, 한자로는 판람의 ‘람(남·藍)’이다.
판람의 뿌리는 독감을 물리치는 데 효과적인 약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거나 눈물·콧물이 나는 독감에는 판람근을 지모·인동덩굴·오미자·세신과 함께 물에 달여 따끈하게 마시면 좋다. 오한이 들며 열과 두통이 심하고 땀이 나지 않는 독감에는 판람근을 칡뿌리·작약·감초와 함께 쓴다. 또 재채기가 심한 상태에서 코가 꽉 막히면서 콧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어깨가 아프면 천궁·도꼬마리·작약·산목련과 함께 쓰면 좋다. 유행성 독감에는 흰색 또는 노란색 민들레 전초, 보라색 제비꽃 전초, 인동덩굴의 꽃인 금은화와 함께 쓰면 된다.
판람근을 다른 약초와 함께 쓸 땐 물에 달여도 되고, 환으로 빚어 먹어도 좋다. 특히 입동이 지난 후엔 따뜻하게 달인 물을 상시 복용하면 독감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