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평생 냉기를 싫어했던 영조는 인삼 애호가였으며, 조선시대 왕 가운데 가장 장수를 누렸다. 그렇지만 그의 손자인 정조 임금은 인삼이 얼마 들어 있지 않은 경옥고에도 절명하고 말았다. 인삼이든 뭐든 본인에게 맞는 게 최고임을 보여주는 일화다.
인삼은 땅과 지형을 많이 가리는 약재다. 건조한 땅과 습한 땅을 모두 싫어하며 여름철에는 뜨거운 햇빛을 견디지 못한다. 역설적이지만 이런 까다로운 특성이 바로 인삼의 강력한 효능의 근거가 된다. 그만큼 강한 기운을 타고났기에 재배 환경이 조금만 어긋나도 스스로가 말라버린다.
인삼은 자라면서 연차에 따라 효능이 달라진다. 1~2년근은 위장에서 소화 기능을 북돋우며, 연수가 더해짐에 따라 폐의 호흡 기능을 돕고 신장에서 원기를 생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시간이 더해지면 근육의 힘을 강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 그리고 5년근 이상이 되면 정신 작용과 감각 기능을 원활히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2000년 전부터 그 약효가 알려진 인삼은 주산지가 우리나라로 돼 있는 귀한 약재다. <삼국사기>를 보면 ‘당나라에 선물로 인삼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당나라 이순(李珣)이 편술한 <해약본초>에는 ‘인삼은 신라국에서 산출한다. 왕에게 바친 것은 손과 다리 모양이다’라고 묘사돼 있다.
삼(蔘)은 사실 여러 약물(藥物)에서 사용되는 이름이었다. 바다에는 해삼(海蔘)이 있고, 땅에는 인삼이 있다. 색깔도 다양해 해열제와 소염제로 쓰이는 검은색 현삼(玄蔘), 지혈제로 쓰이는 꿀풀과의 붉은색 단삼(丹蔘)이 있다. 이밖에 진해거담제와 강장 해독제로 쓰이는 도라지과의 사삼(沙蔘), 해열제와 진해제로 쓰이는 자삼(紫蔘)이라는 약재도 있다. 구충제로 쓰이는 콩과의 고삼(苦蔘)도 있다. 현삼·단삼·사삼·자삼·고삼을 합쳐 오삼이라고 부른다(후한대 <신농본초경>).
사실 조선시대 이전까지는 ‘蔘’이라는 글자 대신 여기서 초두머리를 제외한 ‘參’자를 썼다.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한자로는 그렇게 썼지만 우리말로는 ‘심봤다’라고 할 때의 ‘심’이 인삼을 가리킨다. ‘參’은 하늘에 떠 있는 별자리 28수 중 서쪽 하늘을 관장하는 삼성(參星), 즉 오리온 별자리를 가리킨다. 사회적 의미로 풀면 나라에선 충신을 뜻하고, 집안에선 효자를 의미한다.
인삼의 인(人)은 형태가 사람을 닮았다는 것에서 비롯됐지만, 하늘과 땅이 서로 교류하면서 만든 최고의 영물이라는 뜻도 있다. 결국 인삼은 하늘과 땅이 만든 약초로, 충신과 효자 노릇을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