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우산업을 체계적·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한우산업 발전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축산업계는 보다 내실 있는 한우산업 발전대책이 나오려면 ‘(가칭)한우산업육성법’부터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제공=농협한우개량사업소
현재 한우산업과 관련한 정부 정책은 쇠고기 수급 안정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내 쇠고기 수요량을 감안해 한우 적정 사육마릿수를 가임암소 기준 100만마리로 잡고, 이를 토대로 사육을 장려하거나 줄이도록 하는 정책을 반복하고 있는 것.
정부가 지난해 2월부터 송아지생산안정제의 보전금 지급기준을 바꾸고, 국고에서 장려금을 주면서 암소 도태 사업을 편 것은 쇠고기 수급 조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부가 한우 개량에 나서고 조사료 생산기반을 확충하거나 자조금사업을 지원하는 것도 국내산 쇠고기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한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은 산지 소값 지지와 생산성 향상 등 한우농가의 소득증대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게 사실이지만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한우산업 발전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축산업계는 우선 한우산업 발전을 위한 ‘(가칭)한우산업육성법’부터 제정할 것을 주문한다. 한우산업을 단순히 쇠고기를 생산하는 축산업의 한 분야로 여기기보다는 국가의 식량산업으로, 농촌 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선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 발전 목표, 지원 근거 등을 법률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것이 축산업계의 주장이다.
말의 경우 이미 2011년 말산업육성법이 제정됐고, 정부는 이 법을 근거로 지난해 ‘말산업육성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김치(김치산업진흥법)·인삼(인삼산업법)도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져 있다.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부장은 “일본의 화우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배경에는 1991년에 제정된 ‘육용자우생산안정 등 특별조치법’이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한우산업 발전을 이끌 제도적 인프라인 한우산업육성법부터 제정해야 한우산업이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축산업계 관계자들은 한우산업만을 위한 특별법이 없다 보니 한우관련 정부 정책은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하나씩 틀어막는 ‘땜질식 처방’에 급급하다고 지적한다. 축산단체의 한 관계자는 “한우관련 정책이 체계적으로 펼쳐졌다면 한우 사육마릿수 증가로 인한 소값 폭락 현상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는 소값이 떨어지고 나서야 소비촉진운동·암소감축사업 등 ‘사후약방문’식의 정책을 펴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쇠고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추진키로 했던 한우 초음파 육질 진단비 지원사업의 종료시점이 당초 예정보다 1년 앞당겨진 것에 대해서도 축산업계에서는 “정책 목표를 달성해 중단한 것이 아니라 한 신문의 비판적인 보도 때문에 접었다”는 말이 무성하다. 이는 한우관련 정책이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농가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축산업계는 한우 사육기반 안정, 농가 경영안정, 생산비 절감, 품질 고급화, 유통구조 선진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담은 한우산업 발전대책이 서둘러 나오지 않는다면 한우농가들의 대규모 이탈 등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한우협회 등 생산자단체와 유통업계 및 학계 전문가 등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한우산업 종합대책을 연말 안에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한·호주 FTA 타결로 발표 시기가 다소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TF팀에 참가한 한 전문가는 “사육기반 안정, 수급조절, 사료비 절감 문제 등을 담은 한우산업 종합대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한·호주 FTA 협상이 갑자기 타결됨에 따라 FTA 대책으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며 “자꾸 시간만 끌다 이도저도 아닌 대책으로 변질될까 우려스럽다”고 하소연했다.